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 한국불교, 이 시대·사회 책임지라 ⑤ 휴암스님, 1987년 ‘한국불교의 새얼굴’

기자명 법보

불교는 세상을 완성시키는 종교다

불교서 말하는 진정한 호국은
불법으로 사회변혁 이끄는 것
과거 반성하고 적극 동참해야

이 모두가 내용 없는 ‘호국불교’의 깃발 아래 불교 사상성의 길이 온통 막혀버린 데서 초래된 슬픔들인 것이다. 정치를 대할 줄 모르는 불교의 자기 손실이 이렇게 커졌다는 것, 또 커진다는 것을 왜 스님들은 볼 줄을 모르는가. 불교는 중생구제의 종교요, 인간구제의 종교이며 사회와 세계와 한 시대와 문명을 구제하는 종교이면 국가는 그 속에서 부수적, 결과적으로 잘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불교는 도리어 국가를 감시하고, 불교와 부처님의 정신에서 어긋난 국가의 소행을 비판하고 꾸짖고, 백성의 생활을 돌보는 입장에 서야 했을 것이고, 불교로서의 길도 그러한 사상으로 정립되어야 옳았을 것이다. 사실인즉 엄정한 의미에서 중생이란 개체나 숫자가 아니요,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회의 풍조를 바로 잡거나 올바른 정신이나 사상을 고취하는 일이야말로 정말 중생을 일체적으로 제도하려는 의지인 것이다. 고로 불교가 불교 본연의 불국토의 길을 실현하려면 국가와 세계를 상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교의 진정한 호국이란 불교적인 것이 세속 국가와 사회에 침투하여 세속적인 현상이 불교적인 것으로 변혁되어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 왔을 때 비로소 불교가 호민·호상·호국했다는 말이 성립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응당 사상의 싸움이며, 그 사상의 싸움이란 불교의 사상이 세속적인 가치관을 불교적으로 변질시키고 교체시키는 싸움이니 곧 진리의 싸움이요, 사상의 대결이라 할 것이다. 고로 불교가 참으로 적극적인 의지에서 중생을 제도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불교의 사상 정립이란 과제를 취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또는 중생의 생활 전반에 걸친 불교적 관심이란 형태로 나타날 것이요, 또한 그것은 불교적 인생관과 불교적 가치관을 국민의 생활 전체에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진리의 실제적인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과연 이런 것이야말로 ‘호국불교’라는 내용 없는 깃발 아래 가려져있던 불교 본연의 대사회적 묘용의 길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젊은 스님들도 이런 점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경을 읽고 참선을 해도 크게 쓸모는 없을 것이고, 기껏해야 독단적인 언구(言句)나 주무르고 신비를 희롱하며 모호성을 능사로 하여, 사사로이 개인 상대나 하는 위인은 될지언정 한 시대를 포용하는 광활한 의욕은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휴암 스님

이제 불교는 과연 중생을 구제하는 세계의 종교답게 이 시대와 이 문명을 책임질 거대한 사상적 저력을 보여야한다. 사회를 책임지고 중생의 실제 생활 속에 나타난 마음을 다스리고 붙들어줄 책임과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정 이 나라에서 주인노릇 할 수 있는 종교로서는 지금까지 우리의 행동이 부족했음을 크게 반성하고, 최소한 종교로서 해야 할 사회적인 방법을 타 종교에 귀를 기울여 배워서라도 고쳐볼 겸허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한다. 우리는 이제 막연히 경 읽고 참선하는 종전의 태도를 고쳐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책임질 사상과 정신을 포착한다는 자세로 해야 한다. 그래야 경을 읽어도 연구심이 솟고 창의력과 비판심이 자랄 것이고, 과거의 주석에서 진일보하게도 될 것이다. 또 참선을 해도 그 기백이 커지고 정신적 시야 역시 넓어질 것이다.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