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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종교 “대한민국, 예멘 난민 아픔 품어야”

기자명 조장희
  • 사회
  • 입력 2018.06.27 19:47
  • 수정 2018.06.28 13:19
  • 호수 1446
  • 댓글 13

조계종 사노위 등 성명 통해 호소
죽음위협 피해온 이웃 내쫓아서야
평범한 삶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

구호물품을 받고 있는 예멘 국민들. 사진출처 국제엠네스티.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예멘 국민들이 구호물품을 받고있다. 사진출처 국제엠네스티.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한국정부와 국민을 향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사회노동위 등 불교·원불교·개신교·가톨릭 이주·인권협의회는 6월25일 성명을 통해 “제주 예멘 난민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라며 “상처입은 나그네를 따뜻하게 맞이하자”고 호소했다. 올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예멘 국민이 600여명으로 급증한 가운데 이들의 정착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분쟁국가 중 하나인 예멘은 과거 남북으로 분단돼 전쟁을 경험했다. 1990년 통일됐으나 끊임없이 반란과 혁명, 내전이 발생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정부군과 반군의 갈등이 격화돼 사망자가 1만명이 넘고 300만명이 실향민이 되어 기근에 시달리는 ‘21세기의 참사’로 불리고 있다. 이에 예멘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탈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에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은 519명이다. 2016년 7명을 시작으로 2017년 42명에 비해 월등히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의 정착을 반대하는 청원글이 지난 5월부터 160여건이 게재됐다. 특히 난민신청허가제도 폐지 청원은 보름만에 50만여명이 동의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협과 무슬림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저지른 일부 범죄를 사례로 들어 양산하는 차별적 발언들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갈등이 확산되자 정부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제주도에 무사증 입국을 허가했으나 취지와는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며 예멘을 무사증입국불허 국가로 지정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예멘. 사진출처 국제엠네스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예멘. 사진출처 국제엠네스티.

4대종교 협의회는 사선을 넘어온 난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예멘 사람들은 계속되는 전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피신해온 것”이라며 “오랜 내전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과 정부를 향해서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평화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주장에 동조하지 말고 그들의 아픔을 품어안자”며 “정부는 난민법에 따라 조치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로 혼란스러울 제주도민들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부처님과 예수님도 나그네가 되어 구도의 길을 떠났다. 피난처를 찾아 이곳까지 온 난민들이 곧 부처님이며 이들이 찾아온 대한민국이 바로 예수님의 피난처”라며 “예멘 난민들이 대한민국의 품에서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제주지역 불교계와 협의해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8000명에 육박한다. 예멘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난민에 대해 불교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역 종교·시민사회·진보 정당 등 33개 단체는 6월27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를 발족하고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지원과 연대활동을 시작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상처 입은 나그네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십시오. 
“그들이 곧 우리입니다”

천혜의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평화의 섬 제주가 예멘 난민 문제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생명을 위협받는 예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제주로 찾아오면서 난민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근거없는 루머를 바탕으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쪽에 위치한 나라로 독립과 분단을 거쳐 1990년 통일 국가가 되었지만 또다시 분열되었고 여기에 종교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내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잔혹한 폭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잃어버린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우리 곁으로 피신해 왔습니다. 지치고 불안한 모습으로 어깨를 떨구고 있는 예멘사람들을 보면서 몇 해 전, 아빠 엄마의 품에 안겨 난민선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었던 시리아의 3살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를 떠올립니다. 우리가 저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른 아일란 쿠르디가 되어 죽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멘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대단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일상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들과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우리 곁으로 피신해 온 것입니다. 그들의 현재 모습 속에서 식민지와 전쟁을 겪었던 우리들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살인적인 폭력을 피해 평범한 삶을 찾아 우리 곁에 온 나그네를 내쫓아서는 안 됩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금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맞이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근거 없는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모든 목소리 앞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외쳐주십시오. 전쟁을 피해 피신해 온 나그네들에게 한국이 은혜의 나라가 되게 하십시오. 죽음의 공포를 넘어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저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십시오. 상처입은 나그네를 따뜻하게 환대하고 품어 안음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평화의 나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제주도민들이 느낄 혼란스러움과 우려에 깊이 공감합니다. 제주도와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민들의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고 나그네와 더불어 사는 삶이 결코 위험하지 않음을 피부로 절감할 수 있도록 신속히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가입한 UN난민협약과 이미 존재하는 난민법에 따라 두려움 가운데 우리를 찾아온 나그네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위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헤롯의 잔혹한 폭력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던 난민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너희에게 몸 붙여 사는 사람을 구박하거나 학대하지 마라.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몸 붙여 살지 않았느냐?(공동번역 출애굽기 22:20)." 스스로 나그네가 되어 구도자의 길을 떠났던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존재하는 모두가 부처다”(불경, 원불교정전) 그렇습니다. 피난처를 찾아 이곳까지 온 난민들이 곧 부처님이며, 저들이 찾아온 이곳 대한민국이 바로 예수님의 피난처입니다. 어찌 우리가 부처를 내칠 수 있으며 아기 예수님을 잔인한 헤롯에게 돌려보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 종교인들은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며 사랑하는 일을 우리의 사명으로 고백하며, 예멘 난민들이 대한민국의 품 안에서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기도하며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생명을 찾아 이 땅에 온 예멘 난민들, 그리고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상생의 길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늘 함께 하기를 빕니다. 

2018년 6월 25일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
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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