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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과병원 선생님처럼 세상에 빛을 선물하고 싶어요”

기자명 임은호
  • 사회
  • 입력 2018.06.28 13:21
  • 수정 2018.06.29 20:31
  • 호수 1446
  • 댓글 0

김안과병원·로터스월드·법보신문 캄보디아 의료봉사 현장

6월23일부터 1주일 간 캄보디아 씨엠립 BWC아동센터에서 진행된 안과진료 및 의안지원 활동에서 김성주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교수가 옥소팟 스님의 의안을 살펴보고 있다. 15살때 안구를 적출한 옥소팟 스님은 3년 전 BWC와 김안과병원의 의료봉사를 통해 의안을 제공받은 후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6월25일 이른 오전, BWC(Beautiful World Cambodia). 김안과병원(원장 김용란) 차량이 입구에 도착하자 정문 앞에 꽉 들어찬 주민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쭘리읍쑤어(안녕하세요)”

매년 6월과 11월 김안과병원 안과시술이 있는 날 아침 BWC 주변은 일찍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 주민들로 시끌벅적하다. BWC는 부처님의 자비·평등 가르침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국제개발NGO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가 캄보디아 씨엠립에 설립한 아동센터다. 김안과병원은 로터스월드와 손잡고 2007년부터 1년에 2회 아동센터에 진료소를 설치하고 ‘캄보디아 자비나눔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법보신문(대표 김형규)과 함께 ‘캄보디아 의안지원 캠페인’을 진행하며 의료봉사활동의 범위를 넓혔다.

김성주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교수 등 김안과병원 소속 봉사자 28명은 진료 시작 이틀 전 BWC에 짐을 풀고 의료봉사를 위한 시설을 마련했다. 초음파 유화흡입기 등 2억원 상당의 첨단 안과수술 기자재를 설치했고 수술실과 회복실 등을 정비해 주민들을 맞았다.

3년 전 의안을 제공받았던 리아는 지금 착용한 의안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의안을 교체하기 위해 진료소를 찾았다.

오전 8시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표를 손에 쥔 주민들이 하나 둘 진료실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7살 리아가 뛰어 들어오자 몇몇 의료봉사단원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리아는 3년 전 이곳에서 의안을 제공받았다. 이날 리아는 지금 착용한 의안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로 의안을 교체하기 위해 진료소를 찾았다. 의안의 수명은 평균 5년 정도지만 2~3년 사이에 한 번씩 환자의 성장과 노화에 따라 교환해줘야 한다. 특히 리아 같이 급성장하는 어린이의 경우 사이즈 변화가 크기 때문에 교체 시기가 더욱 중요하다.

4년 전 2살 터울의 오빠와 놀다 넘어져 돌부리에 눈을 다친 리아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안구를 적출해야만 했다. 의안을 하기엔 집안 살림이 넉넉지 않았다. 리아는 2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이후 어머니가 각종 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날도 리아는 일 나간 어머니 대신 이모 손을 잡고 진료소를 찾았다. 지난밤 프놈펜 근방에서 버스를 타고 밤새 7시간을 달려왔지만 리아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씩씩한 리아와는 다르게 초조하고 불안한 빛이 역력했던 이모는 “평소 의안 관리를 잘 해서 부작용이 없다”는 김성주 교수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환한 웃음을 보였다. 시술 후 3년간 부쩍 자란 리아는 이날 좀 더 큰 의안으로 교체 시술을 받았다.

“의안을 선물 받은 후 리아가 더 활발해졌어요.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때는 혹시나 또 눈을 다칠까 가끔 겁이 날 정도로 활발한 소녀로 성장했답니다.”

리아의 이모는 진료 후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리아를 흐뭇하게 쳐다봤다. 4년 전 안구척출을 한 후 리아는 친구 한 명 없는 외톨이가 됐다. 축구를 가장 좋아할 정도로 활동적이었지만 눈을 다친 후로는 집 밖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에도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구를 척출했던 병원에 가 눈물로 매달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리아를 치료했던 병원으로부터 한 줄기 실낱같은 희망을 얻었다.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위해 씨엠립에 안과의사들이 온다는 소식이었다. 7시간을 달려온 씨엠립에서 리아는 맑은 웃음을 되찾았다.

“시술 전 축구선수가 되겠다던 리아는 지금은 의사가 되겠대요. 김안과병원 선생님들처럼 환자를 돌보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대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니 오히려 자신감이 넘치네요. 선생님들께 뭐라고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지. 정말 고맙습니다.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푸는 아이로 키울게요.”

 의안의 수명은 평균 5년 정도지만 2~3년 사이에 한 번씩 환자의 성장과 노화에 따라 교환해줘야 한다.

캄보디아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따가운 햇볕과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백내장이나 악상편 등 안과질환자가 많지만 의료 기반과 수준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단순한 질환에도 리아처럼 제때 시술을 받지 않아 실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구를 적출하는 일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주 교수는 "유아 시기 안구를 적출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면골격 기형이 발생한다"며 "찌그러진 얼굴은 자존감 상실에 따른 대인기피는 물론 사회부적응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의안은 외형적 측면뿐 아니라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옥소팟(18) 스님이 진료소를 방문했다. 옥소팟 스님은 12살 때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다 눈을 다쳤다. 이후 2년 넘게 수술과 치료를 받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고 출가생활 중이었던 15살이 되던 해 안구척출을 했다. 출가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즈음 우연히 라디오에서 안과진료에 대한 안내방송을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시간을 달려 진료소를 찾은 스님은 센터에서 의안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시술 후 3년, 스님은 원력을 하나 세웠다. 스님은 “한국 불교계에서 베풀어 준 자비행이 캄보디아에 빛으로 발현되고 있다”며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수행정진뿐 아니라 언젠가는 BWC와 같은 아동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백내장 수술 환자들로 이른 아침부터 진료소가 북적였다. 티타씨는 칠순의 어머니를 모시고 진료소를 찾았다. 어머니는 지난해 센터에서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올해 초부터는 오른쪽 눈이 불편했지만 병원 갈 형편이 못돼 고민하던 중 로터스월드가 길가에 내건 홍보 현수막을 보고 부랴부랴 진료소를 찾았다. 티타는 12남매를 키우느라 평생 고생만 한 어머니가 늘 안쓰러웠다. 호텔에서 일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 자신 또한 사는 게 팍팍해 병원 한번 제대로 모시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는 티타씨는 어머니에게 맑은 눈을 선물해준 김안과병원과 로터스월드에 거듭 감사인사를 전했다. 한국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호텔에 투숙하는 한국인과 TV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접해 아주 친숙하다”며 “의료봉사를 통해 더욱 돈독해진 한국과 캄보디아의 우정이 꾸준히 이어질 바란다”고 말했다.

센터 인근 한 동네에 모여 살고 있는 무이뻡(83), 무이힌(76), 무이훕(74), 무이흠(69) 4자매 할머니는 함께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함께 진료를 받으러온 ‘씨엠립 4자매’도 눈길을 끌었다. 센터 인근 한 동네에 모여 살고 있는 무이뻡(83), 무이힌(76), 무이훕(74), 무이흠(69)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눈이 침침했지만 참고 지내다 자식들이 진료소식을 알려줘 센터를 찾아왔다. 다 함께 백내장 수술을 받은 4자매 할머니들은 수술 후에도 센터에서 한참 수다를 떨다 진료실이 문을 닫을 때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봉사가 햇수로 12년째 이어지다 보니 김안과병원과 로터스월드는 봉사기간 내내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홍보와 의료팀 지원, 통역을 담당한 로터스월드는 단원뿐 아니라 센터 아동과 졸업생들이 합심해 원활한 소통을 도왔다. 로터스월드 희망미용센터에서도 간이 미용실을 차리고 헤어 커트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홍보와 의료팀 지원, 통역을 담당한 로터스월드는 단원뿐 아니라 센터 아동과 졸업생들이 합심해 원활한 소통을 도왔다.

안과와 산부인과, 내과 전문의와 간호사, 행정직으로 구성된 김안과병원 의료봉사팀은 친근한 진료로 주민들을 배려했다. 이번 봉사에는 중학생 봉사자가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표소정(영원중 1) 학생은 김안과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어머니를 따라 올해 처음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봉사활동에 관심은 많지만 학교생활에 바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소정 학생은 “생각보다 많이 덥고 습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힘을 보탠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엄마가 하시는 일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바로 옆에서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움과 함께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안과병원은 6월29까지 백내장 수술과 의안시술 등 자비인술을 펼칠 예정이다. 김성주 교수는 “의안시술은 눈을 되찾아주는 데 그치는 것뿐 아니라 자존감과 사회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어린이들이 맑고 밝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보살행”이라면서 의안지원 캠페인에 사부대중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당부했다.

의안지원사업 후원계좌 : 신한은행 100-031-244305 예금주 (사)로터스월드. 02)725-4277

캄보디아 씨엠립=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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