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피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사람들이 난민신청을 하면서, 난민수용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방향이 이상하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이성적 접근보다는 난민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적대감이 팽배하고 있다. 난민반대 청와대 청원이 최대 기록인 60만 명을 넘어서더니, 수용반대집회도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한 포용성이 떨어지지만 난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예멘난민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무슬림 테러, 무슬림난민 범죄, 여성 차별적 문화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이 있다. 몇 년 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서구의 야만에 분노했다. 그런데 우리가 당사자가 되니,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며 이들을 내치려하고 있다. 독일은 100만명이 넘는 무슬림 난민들을 받아들였다. 예멘난민이 무슬림이기에 테러분자거나 성범죄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편견이다. 범죄자가 있다고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의 기저에는 한국 기독교의 종교적 배타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야심경’에 무유공포(無有恐怖)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면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남북화해무드 속에 한반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대륙횡단열차에 대한 꿈이 무르익고 있다. 이제 인위적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국가의 일원으로 복귀하려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타성을 버리고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근거 없는 공포가 사라지고, 차별과 증오로 가득 찬 헛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난민수용문제는 대한민국이 책임성 있는 지구촌 글로벌 국가로 거듭나는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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