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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소년들의 ‘명상 생존법’

  • 기자칼럼
  • 입력 2018.07.16 10:25
  • 수정 2018.07.16 10:26
  • 호수 1448
  • 댓글 1

태국 북부 치앙라이의 탐 루앙 동굴에 갇혔던 축구팀 ‘무빠(야생 멧돼지)’ 소속 선수와 코치 13명이 지난 7월10일, 고립된 지 17일 만에 무사 귀환했다. 전 세계를 숨죽이게 했던 구조 작전 사흘째 만에 전원 생환이라는 기적이 완성된 것이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가족과 태국 국민은 물론 매체를 통해 지켜보던 전 세계인들도 다 함께 환호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구조대원 1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도 했지만 짧고도 긴 이들의 생존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17일을 굶주려 건강이 악화했을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정신력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이 소년들은 동굴에 갇혀 있는 동안 어떻게 건강과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기적 뒤에는 헌신적인 ‘영웅’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동굴에서 나온 에까뽄 찬따웡 축구단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에까뽄 코치는 아이들을 다독이면서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하는 생존법을 가르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들의 체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소리를 지르거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복통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인물 대신 천장이나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도록 했다. 동굴에 올 때 가져왔던 과자를 똑같이 나눠서 먹게 했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후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고 한다.

소년들이 극한의 공포와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까뽄 코치는 공포에 떨고 있던 소년들에게 매일 명상을 지도했고 이를 통해 소년들은 침착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익혀갔다. 그리고 소년들에게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우리는 반드시 살아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한다.

에까뽄 코치가 명상법을 알고 있었던 이유는 승려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코치는 10세 때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지내다 12세 때부터 10년간 스님으로 살았다. 할머니의 병환 소식에 3년 전 사원 생활을 접고 환속했다. 그는 할머니 곁에 머물며 시간을 쪼개 사원 일을 돕고 ‘무빠’ 축구팀의 보조 코치로 일했다.

임은호 기자

소년들이 겪었을 지독한 추위와 허기, 어둠이 주는 공포감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불안은 전염성도 강하다. 하지만 각자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잃지 않았기에 기적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에까뽄 코치가 아이들에게 전한 명상법과 마음 다스리기 교육은 전원 구조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명상은 수동적인 것이 아닌 스스로 감정을 내려놓고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 명상 교육은 성인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조계종 포교원은 2012년부터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명상캠프 ‘청소년 마음등불’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캠프는 올해 5~12월 전국 13개 사찰에서 30회에 걸쳐 진행된다. 예산이 줄며 예년에 비해 규모가 대폭 작아졌다. 명상의 효용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된 만큼 정부든 종단이든 청소년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 개발과 지도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unholic@beopbo.com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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