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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기자명 희유 스님

커피학교 어르신들과 현장학습
이것저것 모두 배우려는 열정
멋진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해
미워하고 사랑함에서 떠나야

복지관에서는 행복하고 활기찬 노년을 준비하는 일환으로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그 중 커피학교 교육을 받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함께 날씨가 개고 시야가 맑은 날 커피농장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끽하면서 미사리의 한 커피 농장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자라나는 커피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커피가 잘 자란다는 것, 커피의 쓴맛에 비해 달콤해 보이는 빨간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처음 보는 하얀 커피꽃 향기에도 듬뿍 취했다. 우리나라 기후도 아열대가 되고 있음을 커피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새삼 느끼기도 했다.

커피 농장 대표님은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한다는 자부심과 커피에 대한 사랑, 자기 일에 대한 자긍심으로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과연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또한 커피 수업을 열심히 들으시고 먼저 나서서 커피를 볶고 드립을 해보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식지 않는 열정은 나이를 무색하게 함을 보았다. 매사에 열정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인생 선배에 대한 공경심이 생기는 하루였다. 그에 비해 나는 일상에 매몰돼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자긍심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됐다.

커피 체험 학습장은 배움의 열기가 더해져 찜통이었지만 어르신들은 커피 열매인 파치먼트를 절구에 빻는 일, 키질로 커피콩을 고르는 일, 커피콩을 볶는 일까지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서셨다. 그 와중에 나는 잠시 바깥에 나와서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한 분도 자리를 떠나는 일 없이 정말 열심히 체험학습을 하셨다. 그리고는 “커피에 대하여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커피농장이 있어서 좋다” “커피꽃이 너무 향기롭다. 열매가 달콤한 것이 너무 신기하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배운 것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모습에 인생 선배로서의 면모를 보며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드는 것은 누구도 피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를 잘 드는 것이 필요하다.

희유 스님

‘신심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도무난 유혐간택 단막증애 동연명백(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라 다만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매사에 싫고 좋음을 따지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사람을 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잘 늙어가는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센터의 많은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를 보고 배운다. 신심명에 나오는 게송처럼 호악(好惡)을 가리지 않는다면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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