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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국불교, 이 시대·사회 책임지라 ⑧ 휴암스님, 1987년 ‘한국불교의 새얼굴’

기자명 법보

살아 움직이는 진공·묘유 길 제시하라

현실에 있어 중생 삶 계도하고
도덕적 수준 꾸준히 향상시켜야
인류요구 부합 못하면 도태될 것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삶의 참 뿌리가 되는 진공, 또 힘차게 살아 움직이는 묘유의 길이 얼버무림 없이 명시되게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모든 철학적 사색가들의 공통된 견해요, 이조 오백년의 천대 속에서도 한 번 고개를 쳐들어 볼 뜻조차 가져보지 못한 것은 이 방향에서의 불교진리의 빈곤성 때문임을 불교인은 천만 번 명심해야 한다. 불교가 자신이 진정한 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불교는 현실에 있어서의 중생 삶을 계도하고 인간의 정신생활에 있어서 새 전망을 약속하며, 이 국민의 도덕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양심을 깨우치며, 정직으로 거짓을 이기는 패기를 고취하는 데 불교적 진리의 활용을 성공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감히 이 나라에 불교가 있다는 소리 못할 것이다. 인간은 도덕적으로 대가없는 순수한 동기에 고취될 수 있을 때 도리어 사람다와질 수 있고, 오늘의 인류를 계몽할 수 있는 언어도 바로 그린 방향에서 탁월해진 음상이어야 함에도 스님들의 법문이란 자기 개인 복 받는 동기에만 호소하는 방식으로 불교진리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뜻있는 불교신도조차도 그들의 범사회적 활동을 할 불교적 동기에 힘을 얻을 수 없었다.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자세부터 달리하고, 이 시대를 불교적으로 책임져 보리라는 정신으로 크게 연구 노력하여, 법문하는 스님들의 언어가 신도에게 개인의식을 초월케하여, 신도의 마음이 사회적 인류적 사명감에 (불교적으로) 눈뜨도록 하는 그런 법문이 불교의 진리 체계 속에서 응용되어 나오도록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님들끼리 끊임없는 지식의 정보 교환도 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요망된다. 이것만이 불교가 앞으로의 이 사회와 문명사에 있어서 주인공 노릇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고, 자나깨나 불교진리의 길을 연구 개척하는 데 우리의 정열의 초점을 맞추어야겠다.

경 읽고 참선하고 기도하는 결과의 열매가 바로 이런 길에서 현실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때만, 그는 비로소 경 읽었다, 지견났다, 기도 가피 입었다 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한 개인의 빈곤이 전생에 남의 것 도둑질해서 그렇게 됐다는 식의 안이한 법문은 설득력 없고, 도리어 그런 식으로는 반사회적 진리관이 될지도 모른다. 이 시대는 사회와 전체의 모순 속에 희생되는 개인을 간과하는 시대이다. 개인에게만 탓을 돌리는 고립주의적인 인과화복의 진리관은 마땅히 민심의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인과사상이 연속성과 집단성과 상호불가분의 유대성을 설명해 낼 수 있는 사회적, 인류적, 역사주의적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휴암 스님

이 점에서 이 나라의 소위 강사스님들은 너무나 구태의연하고 전통 답습적이다. 오늘의 인류사회는 전체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개인의 안심과 전체의 해결을 하나의 과제로 보려는 범세계적 처방을 갈구하는 시대이다. 즉 앞으로의 시대는 민중의 시대이며, 국왕을 전생에 복 많이 지어서 금생에 전륜성왕(轉輪聖王)된 것으로 보려는 사상은 만인의 웃음거리로 될 것이다. 민중의 시대는 복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이 없고, 전체가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는 윤리관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사상이 주인 노릇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인류적 요구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진리관은 당연히 도태되고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 스님들의 법문 내용은 어떠한가? 복이란 자기밖에 모르고 제 식구 제 자손밖에 모르는 철저한 개인주의이다. 우리는 복보다 더 높은 동기에 호소 할 수 있는 불교적 가치상징을 뚜렷이 제시해야한다. 인간은 실로 복을 탐하고 복에 유혹되는 존재이나, 복에 감격하는 존재는 아니다.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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