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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폭우와 육식 사이에

기자명 최원형

채식, 온실가스 줄여 온난화 되는 지구 살린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도 상승
습한 공기 속 수증기 태풍 만나
엄청난 폭우로 일본 피해 속출
기온 상승 억제 방안 노력 절실

모두 가라앉고 겨우 한 뼘 남은 지붕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산사태로 흘러내린 황토가 덮친 철로, 도로 표지판 아래까지 차오른 물이 뉴스 화면에 비춰졌다. 큰 댐이 붕괴되어 물바다가 된 듯한 풍경이었다. 세계 최고 방재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이 물 폭탄을 맞았다. 최고 1.8미터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7월10일 오전까지 알려진 사망자만 110여명에 이른다. 실종자를 포함하면 거의 200명 가까운 인명피해를 냈다.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훨씬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침수된 가옥이며 도로 등 인프라 피해도 만만찮을 것이다.

이번 일본의 폭우 피해가 컸던 걸 두고 안일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제때 피난하도록 지시를 내렸더라면 이처럼 큰 인명 피해를 내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위력을 간과할 순 없다. 일본 기상청 예보과장은 이번에 내린 비의 양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양’이라 했다. 이 말을 유념해야할 것 같다. 습한 공기에 포함된 수증기가 엄청나게 공급되었고 이로 인해 겨우 5일 정도 내린 비의 양이 우리나라 1년 강수량의 1.5배를 넘어섰다. 장마전선과 태풍 쁘라삐룬이 일본 남서부 상공에서 만나며 오래 정체되어 폭우가 내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마전선이야 해마다 여름이면 형성되는 계절적 특성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장마철이다. 비는 간단히 설명하면 공기의 흐름과 수증기양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공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것도 수증기의 양을 결정짓는 것도 결국 온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 대기의 온도, 해양의 온도다. 그리고 이 온도는 배출되는 온실가스양과 비례해서 상승그래프를 그린다.

올해 10월1일부터 5일까지 제48차 IPCC 총회가 인천에서 열린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평가를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다. 전 세계 기후변화 관련 연구결과들을 종합하고 객관화한 데이터로 분석해서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및 정책결정자들에게 과학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IPCC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우리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는 근거가 확실해졌다. 올해 열리는 제48차 회의에는 ‘1.5℃ 특별 보고서’가 최종 승인을 얻는다. 1.5℃는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할 수 있는 한계치를 의미한다. 온도와 관련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이미 합의했던 내용은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자’였다. 2015년 파리에서는 기후협약에 표기될 온도를 두고 나라들 간 갈등이 제법 첨예했다. 저개발국가들은 기후변화로 이미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1.5℃를 요구했었다. 당시 1.5℃라는 수치에 대한 과학적 기반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이번 ‘1.5℃ 특별 보고서’가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고작 1.5℃ 혹은 2℃를 가지고 이토록 전 세계가 요란스럽냐며 의아해할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매우 심각한 재난이 겨우 0.85℃ 상승만으로 벌어졌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소비시대에 기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2050년 지구 인구를 90억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단 엄청난 인구유입이 지구 기온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기온상승을 억제할 다방면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나라 시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상당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탄소배출은 세계 7위다. 지식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최근 한 국제 환경단체에서는 재미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식습관과 기후변화를 연결한 캠페인이다. 지구 전체에서 배출되고 있는 온실가스 가운데 육류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무려 14%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이 양은 지구상의 모든 도로 위를 달리는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1만명이 단 하루만 고기 없이 살아도 차 한 대가 288,917킬로미터를 운전할 때와 비슷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한 사람이 93년간 쓰기에 충분한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해마다 기습적인 폭우를 경험한다. 귀한 인명 피해뿐 아니라 망가진 인프라 복구비용까지 치러야 할 고통이 결코 적지 않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미망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원인이 내게서 비롯되었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단지 육식만 줄여도 지구의 기온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지 않은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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