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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이해동·박재동, 자기 허물부터 살펴라

기자명 권오영
  • 기자칼럼
  • 입력 2018.07.18 20:44
  • 수정 2018.07.24 10:25
  • 호수 1449
  • 댓글 26

[기자칼럼] 권오영 기자

신부‧목사 등 외부인사들
또 조계종 내부 일에 개입
자신들 종교 비리엔 침묵
종교인 기본 벗어난 행태
제자 성추행 박재동씨도
스님 희화화하는 그림 논란
불교 내부 갈등 조장 말고
본인들 자숙부터 우선해야

서울 조계사 인근이 연일 혼란스럽다. 일부 교계단체들은 사실 확인이 진행 중인 조계종 총무원장스님 등의 범계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무조건적인 퇴진을 요구하면서 종헌종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불교계와 관련 없는 외부인들과 신부, 목사가 포함된 외부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조계종을 ‘비리의 온상’인양 내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등 외부인사 20여명은 7월17일 조계사 인근에서 단식하고 있는 설조 스님을 찾아 ‘설조 스님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명진 스님의 제적징계와 관련해 신부와 목사 등이 포함된 외부인사들이 기자회견 모습.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등 외부인사 20여명은 7월17일 조계사 인근에서 단식하고 있는 설조 스님을 찾아 ‘설조 스님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명진 스님의 제적징계와 관련해 신부와 목사 등이 포함된 외부인사들이 기자회견 모습.

교계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등 외부인사 20여명은 7월17일 조계사 인근에서 단식하고 있는 설조 스님을 찾아 ‘설조 스님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 수석 등을 만나 국고보조금 횡령 등에 대해 수사하도록 촉구하는 등 실천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엄포를 놨다.

종교계가 성역은 아니다. 실정법을 어겼다면 비판을 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한다. 그러나 설조 스님의 단식은 총무원장스님의 범계의혹과 관련된 사안이고, 이는 사회법의 심판대상도 아니다. 조계종의 기본질서인 종헌종법과 계율에 근거해 불교적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조계종이 총무원장스님 등 일부 스님들의 범계의혹과 관련해 원로와 종회의원, 율사스님 등으로 구성된 ‘의혹규명위원회’를 발족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무원장스님도 스스로 의혹규명위원회에 나가 조사를 받고, 관련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사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부와 목사 등이 설조 스님의 단식장을 방문해 지지를 선언하고, 검찰·청와대 관계자 등을 만나 불교계 비리의혹 수사를 촉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오만일 따름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도 신부와 목사가 불교내부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상대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하물며 의혹의 사실여부가 가려지지도 않았음에도 신부와 목사 등이 불교계 최고 지도자인 총무원장 퇴진요구에 동조하는 것은 종교간섭 내지 불교계 내부갈등을 조장하는 볼썽사나운 행태에 불과하다.

대구천주교회 유지재단 소속인 시립희망원에서 2014년부터 2년8개월간 거주자 129명이 사망했고 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감금, 급식비 횡령 등이 상시로 자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불교계가 명동성당을 쫓아가 “진상규명” “추기경 퇴진” 등을 부르짖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또 개신교 교회 내에서 빈번한 ‘교회세습’ 문제를 두고 촛불집회가 벌어졌지만 스님과 불자들이 교회 앞에 찾아가 “적폐청산”을 요구하지 않는 것도 개신교 내부에서 개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인이 견지해야할 상식이기도 하다.

이들에게서 다른 종교에 대한 예의와 상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불교 내부문제 개입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등은 지난해 ‘종단 비방’ 등의 혐의로 조계종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 문제와 관련해서도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구성해 조계종 비방에 앞장섰다. 명진 스님의 징계는 종교단체 고유의 영역임에도 이들은 조계종을 향해 “유신잔당” “독재세력”이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조계종은 ‘적폐집단’으로 내몰렸고, 불교계의 위상도 크게 실추됐다.

이들의 불교계 비판을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중적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원로라는 사람들을 비롯한 이들 신부와 목사는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 내부에 문제가 없어서는 물론 아니다. 올해 초 한 가톨릭 신부가 여신도를 성폭행했다는 잇따른 언론보도가 있었고, 개신교 내부에서 목사들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부와 목사가 자신의 종교 내부 문제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냈다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조계종 내부갈등 문제가 발생할 때만 되면 느닷없이 나타나 조계종 비방에 몰두하고 있는 함 신부와 이 목사 등에 대해 불교계 내부에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 만화가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 논란으로 자신이 근무하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재동 화백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님을 희화화하는 그림을 게재했다.
여성 만화가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 논란으로 자신이 근무하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재동 화백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님을 희화화하는 그림을 게재했다.

이런 가운데 후배 여성 만화가를 성추행한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았던 시사만화가 박재동씨도 불교계의 구설수에 올랐다. 박씨가 최근 설조 스님의 단식과 관련해 총무원장스님을 희화화하는 그림을 유포한 것이다. 박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총무원장 모집 공모’라는 그림은 ‘총무원장 자격’과 관련해 ‘학력위조 1건 이상’ ‘성폭행 경력’ ‘도박경력’ ‘음주운전’ ‘폭행’ ‘은처자 특별우대’라고 하면서 ‘취임 선물은 라스베이거스 여행’이라는 등 불교계를 비꼬는 내용이다.

박씨가 과거 시사풍자 만화가로 명성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자신 역시 도덕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그림을 그린 점은 후안무치라는 비판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

박씨는 지난 2월 여성만화가가 ‘미투’를 선언하면서 과거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다. 그 여성만화가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박씨가) 허벅지를 쓰다듬고, ‘난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맛있게 생겼다고 생각했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박씨는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예술이라는 탈을 쓴 쓰레기” “위선과 이중성” “저러고도 남들 앞에 나와 당당했다는 건 그저 여성과 성을 인스턴트 상품으로만 취급했다는 것” 등의 비난여론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도 논란이 커지자 지난 6월1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박씨에 대해 3개월 정직을 결정함에 따라 그는 현재까지 징계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자신의 비행에 대해 최소한의 자숙은커녕 오히려 특정인을 희화화하고 조롱에 가까운 그림을 버젓이 SNS에 유포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을 넘어 인격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종교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불교계 문제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개입하는 함세웅 신부‧이해동 목사와 자신의 성추행 사건이 채 수그러들지도 않았음에도 남부터 비판하고 나서는 박재동씨의 공통점은 이중성이다. 자신에게는 한량없이 관대하면서도 외부를 향해서만 모진 비판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같은 이중적 태도를 되풀이 한다면 그들은 사회원로라는 존경은커녕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구시대의 잔재라는 지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박재동씨는 “불교가 개혁되고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 받는 종교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의혹만으로 불교계의 내부 갈등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의혹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이 먼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1000만 불자들과 스님들에 대한 예의이며, 종교 평화의 첫 단초이다. 그래도 조계사에서 불교를 비방하겠다면 명동성당과 명성교회에도 쫓아가 피켓 들고 구호를 외쳐라. 그것이 이중적인 행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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