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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월 스님과 용주사 대중들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07.23 10:33
  • 수정 2018.07.25 06:22
  • 호수 1449
  • 댓글 9

온갖 범계 의혹에도 다수 지지
재정 투명·공정한 인사 등 평가
스님 결단으로 용주사 안정되길

조계종 제2교구본사 주지 성월 스님이 재임을 않겠다고 선언했다. 차기 주지후보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 전날인 7월16일이었다. 지난 4년간 범계 의혹으로 불교계 혼란의 중심에 섰던 성월 스님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이제 용주사 교구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월 스님의 주지임기 4년은 어느 교구본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갖 시비와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시작은 2014년 7월, 성월 스님이 주지후보로 나서면서부터였다. 용주사 내부 문도회에 의해 승적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호법부에 조사를 의뢰했던 중앙선관위가 성월 스님의 주지후보 자격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고 8월20일 용주사에서 산중총회가 치러졌다.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표는 성월 스님에게로 몰렸다. 용주사 대중스님들은 성월 스님을 선택한 것이다.

성월 스님의 주지 당선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었다.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 이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선거기간 중 금품을 살포했다며 검찰에 성월 스님을 고발했다. 나중에는 성월 스님이 용인지역 사찰 주지로 있을 때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쌍둥이까지 낳았다고 주장하면서 용주사 내부 문제는 불교계 전체로 확산됐다.

용주사 내부 갈등과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법회가 열리는 날 스님과 재가단체 간에 몸싸움이 일어났고, 경내에 소를 몰고 들어와 시위를 벌이는 광경도 펼쳐졌다. 의혹과 반발이 커지자 성월 스님은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표명했고, 비상대책위도 금권선거, 집회 방해, 신도 비방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안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법원은 성월 스님이 신청한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을 기각하고, 얼마 후 비상대책위의 성월 스님의 비위관련 주장도 모두 기각했다.

이렇게 지난 4년 용주사는 갈등과 분노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주지후보 선거에서도 성월 스님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이전 선거에서 은처자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여러 차례 보도했고, 최근엔 MBC PD수첩에서도 은처 의혹을 다룸에 따라 성월 스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히 비판적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6월까지도 성월 스님의 재임을 막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몇몇 스님들이 구체적인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주지후보 접수 마감 결과 현 주지 성월 스님과 그동안 부주지를 맡아 용주사를 이끌어왔던 성법 스님만 입후보했을 뿐이다. 주지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스님들이 출마의 뜻을 접은 것이다. 성월 스님에 대한 교구 구성원들의 지지를 넘어설 수 없으리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들이 많다.
 

이재형 국장

그렇다면 왜 용주사 교구의 많은 대중들은 성원 스님을 지지하는 걸까. 단순히 금품 선거 때문이라고 한다면 용주사 대중들에 대한 폄하에 불과하다. 동시에 대중공의 및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불교전통과 민주주의 방식도 스스로 부정하는 언행이다. 오히려 합리적 교구운영, 투명한 재정운영, 승려노후복지 기반 마련, 대중의 뜻에 따른 말사 주지인사 등 성월 스님에 대한 교구 내부 평가에도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재임이 확실시되던 성월 스님은 “(온갖 의혹을) 일일이 해명하기보다 산중총회를 통해 교구구성원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밝혀왔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주지후보를 사퇴한 것이다. 당사자는 물론 예기치 못한 상황에 교구 대중들의 아쉬움이 클 수 있다. 그렇지만 중도(中道)를 잃고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불교의 현 상황에선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용주사는 수도권의 핵심 사찰이다. 성월 스님의 결단이 용주사에서 불신과 갈등이 사라지는 새로운 반전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mitra@beopb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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