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어린이집에서 4살 아기가 통학버스에 갇혀 숨졌다. 운전기사와 인솔교사가 있었지만 버스에 남겨진 어린이를 확인하지 않고 내렸고, 아이는 한여름 열기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버스에 내리지 못한 아이가 있는지 한번만 확인했더라면 아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화곡동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11개월 된 아이를 재운다며 이불을 덮은 뒤 올라타 질식사했다. 아이를 재운다며 이불을 덮은 뒤 올라탄 행위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분노가 보육교사를 향해야 할까? 어린이집에서의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보육교사라고 보편적인 국민 수준을 벗어난 사람들만 모이는 곳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이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다.
버스에 남은 아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교사들이 지나친 육아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처우개선과 함께 상담 등을 병행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경쟁구도로 만들어 보육교사들을 육아스트레스의 지옥 으로 밀어 넣고 사건이 터지면 국민적인 분노를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또 비난의 화살이 보육교사를 향할 때 여론에 편승해 차량 맨 뒤의 스위치를 눌러야 시동이 꺼지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제도를 도입해야한다거나,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러저러한 재발방지책을 만들겠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정치인이나 정부관계자들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인다.
불가에 단도직입(單刀直入)이라는 말이 있다. 곁가지를 쳐내고 본질에 바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환경이 위험하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강력한 처벌을 외치며 어린이집 종사자들을 윽박지르는 것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그래서는 나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놓는 그 대안들을 이제는 제발 실천했으면 좋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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