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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하는 날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7.23 11:28
  • 수정 2018.07.23 11:29
  • 호수 1449
  • 댓글 0

주52시간 근로제로 사회 어수선
일하는 것 미덕이었던 옛날 생각
세상의 정의 시간 따라 바뀌어
진리 찾아나서는 이 아름다워

방학하는 날이다.

열정과 환희심으로 처음 시작한 불교대학을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어제 종강을 하고 방학을 시작했다.

방학이라고 해봐야 2주간 수업이 없을 뿐이지만 모두들 방학을 이렇게 즐거워할 줄은 정말 몰랐다. 본인들이 좋아서 공부 하자고자 입학해 놓고 그래도 수업하지 않고 쉬는 날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사회는 지금 52시간 주간 근로 시간으로 매우 어수선하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알고 살아왔는데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법적으로 근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을 즐거워 하는 모습이 낯설다. 세상은 정말 너무나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할까 고민했었다. 일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는데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일을 너무 많이 하지 못하게 한다. 한때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근로시간 준수를 외친적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특정인이 많이 일을 해버리면 상대적으로 실업자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개개인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얼마간 실업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다.

방학 첫날인 오늘 아침 막상 일어나보니 아무 할일이 없다. 그동안 수업준비로 있던 약간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뭘 할 것도 없어 홀가분할 것 같았는데 막상 모든 일에서 벗어나니 할 일이 없어 당혹스럽기도 했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법당을 배회하기도 했다. 참으로 삶이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학생들에게 방학 동안 무비스님께서 법공양하시는 경전을 사경을 하라고 과제물을 내렸다. 재가 불자들의 신앙의 열정을 보면 정말 숙연해질 때가 많다. 각자 한 권 가져가서 사경해 제출하라 했는데 네 권까지 가져가시는 불자들도 있었다.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것이 더 우선이 되는 시대 참으로 미묘한 사실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이토록 180도 달라지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세대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성원 스님

우리들이 젊은 시절에는 일을 하지 못해서 모두들 안달이었는데 이제는 놀지 못해서 안달이다. 또 어릴 때는 자식을 많이 낳지 못하게 하려고 정부에서 온갖 정책을 펼쳤는데 이제는 출산을 장려하려고 온갖 일을 벌이고 있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여름휴가로 흥청망청 돈을 쓴다고 모두들 걱정했었는데 이제 정부가 나서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해변으로 휴양지로 내보낼까 고민하고 있는 시대가 왔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정의라는 것이 참으로 애매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 선행이 내일은 너무나 한 악행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이토록 뒤죽박죽인 세상에서 영원불멸의 진리를 찾아 고고히 길을 나선다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아름다울 것 같다.

현재 이것 이것이야말로 최상이라는 선의 가르침을 쫓아 불멸의 진리를 찾아 계절도 잊고 살아가는 그래서 일생에 단 한 번의 방학만을 맞이하는 그런 사람의 모습을 오늘은 더 닮고 싶다. 자꾸 그 사람이 그리워진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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