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6. 에어컨 온도 1도 올리기

기자명 최원형

작은 불편 감내하면 폭염을 줄일 수 있다

여름에 폭염경보 일상적으로 울려
올해 한달 가까이 폭염 이어질 수도
냉난방 악순환으로 기후변화 가속화
손선풍기보단 부채가 에너지 절약

15일 대구에 강의 차 다녀왔다. 동대구역에 내리자 숨이 턱 막혀왔다. 기온이 섭씨 37도를 치닫고 있었다. 지구가 끓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얼른 폭염을 피해 시원한 곳으로 서둘러갔다. 강의가 하필 더위가 정점을 찍는 오후 2시인지라 에어컨으로 미리 실내를 식혀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몇몇 사람들은 강의실로 들어서며 시원하지 않다며 에어컨 온도를 낮춰 달라 요구했다. 사람들의 요구에 25도로 맞춰진 온도는 21도로 내려갔다. 시원함에 대해 몸이 기억하는 온도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7일 오전 11시 무렵 휴대폰이 요란스레 울렸다. 아침부터 무척 더웠기에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소리에서 위급함이 느껴졌다. 올 들어 첫 번째 폭염경보였다. 요란스레 울리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만 이제 여름이면 계절행사처럼 울리게 될 폭염경보가 올해는 몇 번이나 될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지난겨울은 모스크바 보다 추웠다. 이제 방콕이나 콸라룸푸르보다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굳이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이미 그곳의 기후를 몸으로 여실히 체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글로벌한 시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글로벌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라 고통스러워진다는 데 있다. 현재 이 폭염은 동북아를 달구고 있는데 일명 ‘열돔 현상’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상 5~7km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서 발달한 고온다습한 고기압이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매우 천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마치 돔처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한반도와 일본 일대에 이 뜨거운 고기압이 정체되어 있어서 폭염이 연일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태풍 등으로 기압배치에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폭염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폭염경보가 울리기 하루 전날인 16일에는 역대 여름 최대 전력소비를 너끈히 넘겨버렸다. 최근 5년간 최대 전력소비 1등을 한 날이다. 2등은 2018년 2월 6일이었다. 가장 추웠던 날과 가장 뜨거운 날에 각기 최대전력소비가 상위에 랭크되었다. 모든 냉난방이 전기에 의존하다보니 날이 춥거나 더우면 전력소비가 증가하게 마련이다. 기후변화가 현실이 돼 버린 현재 혹한과 폭염은 이제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혹한과 폭염을 가져오는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출발했다는데 주목해야한다. 아이러니한 것이 매우 춥고 매우 덥기에 냉난방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기후는 더욱 덥고 춥게 변화한다. 마치 ‘추워? 그러면 난방을 더 따뜻하게 하면 되지. 더워? 그러면 냉방을 더 시원하게 하면 되지’ 이러면서 누가 이기나 경쟁하는 모양새다. 그저 악순환일 뿐이다. 악순환으로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결국 더는 냉난방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뜨거운 여름철에 긴 팔 옷 없이 견디기가 어렵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지하철이나 버스는 이용승객들이 많으니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건물에 들어가면 처음엔 시원하다가 곧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긴 팔 옷이 없다면 낭패감을 느끼며 빨리 볼일만 끝내고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폭염으로 온열환자들이 늘고 있으니 냉방은 여름철 필수다. 단지 지나친 냉방이 문제라는 얘기다. 과거 여름엔 으레 손에 들려있던 부채가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더우면 일단 냉방기부터 찾는다. 뜨거운 바깥에 있다 시원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시원한 온도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시원함의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리 바깥 기온보다 낮아도 시원하지 않다고 항의하는 이도 있다. 섭씨 25도에 맞춰져 있어도 바깥보다 10도 가량 낮다. 앉아서 땀을 식히다보면 어느새 시원해진다. 부채질이 더해진다면 훨씬 빨리 시원해진다. 그런데 그 부채질이 요새 드문 풍경이 돼버렸다. 대신 손에 미니선풍기를 든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사람의 에너지로 가능하다면 몸을 움직여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당연히 효율 면에서도 우수한 게 아닐까? 손 선풍기는 대부분 전기충전을 해서 쓴다. 걸으면서도 계속 전기를 소비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선풍기를 만드느라 돌리는 공장이며 그 선풍기를 전국으로 유통시키느라 들어간 에너지며 버려진 손 선풍기를 폐기하는데 들어갈 에너지까지 생각하면 물건 하나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냉방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평소 습관에 1도 올려보자는 거다. 좀 더 가능하다면 부채도 한번 들어보자는 거다. 어쩌면 폭염 경보 횟수를 줄이는데 이런 습관이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