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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가이 뇨다이

깨진 양동이서 깨달음 얻은 일본 여성 선불교 마스터

남편 떠난 후 비구니 삶 발원
수년간 경전공부·명상 몰입해
물 길어 오던 중 깨달음 얻고
묵묵히 후학 키우며 편견 견뎌

일본 선불교에 한 획을 그은 일본의 여성 선불교 마스터 무가이뇨다이.
일본 선불교에 한 획을 그은 일본의 여성 선불교 마스터 무가이뇨다이.

1998년, 일본 교토와 나라 출신 비구니스님들이 미국 뉴욕시 세인트 폴 성당에서 세계 최초 선불교 여성 마스터였던 무가이 뇨다이(Mugai Nyodai)(1223~1298)가 세상을 떠난 지 700주년이 된 것을 추도하는 특별한 의식을 진행했다.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선불교계 시각 전환을 위해 마련된 무가이 뇨다이 추도식은 선불교뿐 아니라 지역과 종파, 불교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순탄한 결혼 생활을 해나가며 종종 중국 출신 유 쉬에 쯔 유안 스님이 이끄는 사원을 방문했다. 당시는 여성의 사원 방문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스님은 경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딸이 성인이 되자 남은 인생을 비구니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당한 유산을 모두 포기하고 머리를 삭발한 채 유 쉬에 쯔 유안 스님이 이끄는 사원으로 향했다. 치요노라는 본래 이름을 버리고 무가이 뇨다이라는 법명을 받고 정식으로 비구니가 됐다. 이후 몇 년간 율법을 공부하고 명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했던 깊은 깨달음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명상도 진척되지 않았다. 점점 좌절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강가에서 물을 길어 사원으로 가져오던 중 물 위로 비친 달을 보게 된다. 달에 정신을 팔고 있던 중 갑자기 양동이 바닥이 부서지며 물이 쏟아져 사방팔방으로 튀게 된다. 그때 흩어진 물과 함께 그 위로 비추었던 달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 자신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과 현실은 마치 사라진 달의 모습처럼 그저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지금껏 불교 공부를 통해 무엇인가 큰일을 성취하고 업적을 쌓아야만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날 밤, 깨진 양동이를 옆에 두고 나무 밑에서 오랫동안 명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원했던 해답을 얻게 된다. 무가이 뇨다이는 그 날 밤 경험했던 일을 시로 적어 남겼다. 이 시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양동이를 지켜내려고 했다./ 양동이 바닥의 대나무 바닥이 약해지고 거의 부서질 때까지/ 바닥이 부서져 떨어져 나갈 때까지/ 이제 양동이에는 물 한 방울 남겨지지 않았고/ 물 위에 비친 달도 사라지고 말았다.”

유 쉬에 쯔 유안 주지스님은 사원을 이끌 후계자로 무가이 뇨다이를 지목했다. 당시 남성우월주의가 횡횡했던 일본 불교계에서 이 유언은 큰 반발을 일으켰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편견과 반항에 맞서 싸우며 마침내 케아이지 사원을 세우고 그곳의 주지스님이 됐다.

무가이 뇨다이는 그 사원에서 선불교 가르침을 성공적으로 전수했다. 이를 기리며 사원 내에는 무가이 뇨다이의 동상이 세워졌다. 이 동상은 많은 일본 불자와 여성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불교계뿐 아니라 사회 전역에 여성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13세기, 일본에서 편견과 저항을 견뎌내고 묵묵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던 역사 속 무가이 뇨다이는 일본 불교계의 자랑거리임이 분명하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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