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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복지와 10·27법난 산증인 진불장 혜성 스님 입적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7.25 14:08
  • 수정 2018.07.26 23:09
  • 호수 1450
  • 댓글 1

7월25일 세수 82세 법납 62세…7월29일 영결·다비식 봉행

교계 첫 법인 혜명복지원 맡아
시흥지역 빈민 구제에 앞장서
고문 후유증 극복…포교 매진
2016년 4월 대종사 법계 품수

도선사 전 회주 진불장 혜성 스님이 7월25일 오후 12시20분경 도선사 염화실에서 입적했다. 세수 82세, 법랍 62세.
도선사 전 회주 진불장 혜성 스님이 7월25일 오후 12시20분경 도선사 염화실에서 입적했다. 세수 82세, 법랍 62세.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10·27법난을 온몸으로 겪고도 불모지였던 불교복지를 일신했던 도선사 전 회주 진불장 혜성 스님이 7월25일 오후 12시20분경 도선사 염화실에서 입적했다. 세수 82세, 법랍 62세.

조계종 대종사이자 서울 도선사 전 주지 혜성 스님의 분향소는 도선사 호국참회원에 마련됐으며, ‘진불장 혜성 대종사 장의위원회’는 7월29일 오전 10시 도선사에서 영결·다비식을 봉행할 예정이다.

불교사회복지에 큰 족적을 남긴 혜성 스님의 열정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46년 혜명보육원(혜명복지원 전신)을 설립한 불자가 혜성 스님의 복지원력에 감명 받아 도선사에 운영권을 이양한 사례는 불교복지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당시 혜명보육원은 청담 스님과 혜성 스님의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도선사에서 1976년 1월부터 운영을 맡게 됐고 주지였던 혜성 스님은 ‘불교계 최초 복지법인’이라 일컬어지는 혜명복지원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혜명보육원을 시작으로 발족된 혜명복지원은 불교복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양로원, 노숙인시설, 자활시설, 장애인시설 등을 갖춘 ‘복지타운’ 면모를 갖춰 나갔다. 1995년 위탁운영에서 벗어나 청담어린이집을 설립해 천진불 양성에 애정을 쏟았고, 2001년 치매어르신들을 위한 보금자리 청담노인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도선사에서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서 아기부처님 관욕을 하는 모습.
도선사에서 봉행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서 아기부처님 관욕을 하는 모습.

특히 청담종합사회복지관은 대표적인 복지시설로 불린다. 명예관장을 맡았던 혜성 스님은 임기가 끝난 뒤에도 아침마다 복지관을 찾았다. 10·27 법난 고문후유중에도 서울 강북구 도선사에서 금천구 청담복지관까지 출퇴근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불교복지로 중생구제와 자비를 실천하려던 혜성 스님의 원력은 10·27법난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스님은 군화를 신고 총기를 휴대한 채 도량에 들어와 불교를 짓밟았던 신군부의 모진 탄압을 온몸으로 받아낸 산증인이다.

1980년 10월27일 새벽, 당시 도선사 주지였던 혜성 스님은 이유도 모른 채 군인들에게 끌려가 25일 동안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렸다. 한참을 맞은 후 전해들은 얘기로는 횡령 혐의였다. 신군부가 혜명보육원과 양로원 등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혐의를 씌웠던 것이다. 결국 별다른 혐의를 찾을 수 없었던 수사관들은 당시 도선사 재산을 시가로 환산해 혜성 스님이 17억5000만원을 착복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비로소 고문을 당하던 곳에서 나왔지만 언어장애, 관절염, 협심증 등 고문후유증이 들러붙었다.

그러나 스님은 도선사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신군부의 수사결과에 따라 조계종은 혜성 스님의 체탈도첩을 결정해서다. 스님으로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었다. 토굴에서 밤에는 수행하고 낮에는 탁발을 다니는 삶이 시작됐다. 신군부의 각색한 시나리오로 누명을 썼고 스님으로서 삶마저 빼앗겼다. 하지만 혜성 스님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란 희망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기도했다”고 회고했다. 징계 해제 후 스님은 개운사 주지, 중앙승가대 학장, 청담학원 이사장 등의 소임을 통해 잠시 손을 놓아야 했던 교육과 포교불사에 더욱 매진했다.

은사 청담 스님과 혜성 스님.
은사 청담 스님과 혜성 스님.

2016년 4월, 조계종은 팔공총림 동화사 통일기원대전에서 종정 진제 스님 증명으로 혜성 스님에게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천년의 느티나무가 넓은 그늘을 드리우듯 대종사의 수행의 덕화는 사바에 널리 드리운 살아있는 큰 가르침”이라는 진제 스님의 치사는 혜성 스님의 삶을 대변하는 일구가 됐다.

그리고 혜성 스님은 "백운대 밑 수행자 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산을 뚫어 (도량을) 세웠네/ 다음 생에는 어두움 벗어나/ 굳센 뜻 부지런하여 (마음의) 왕이 되리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훌쩍 사바세계의 옷을 벗었다.

한편 1937년 7월5일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혜성 스님은 청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57년 조계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2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조계종 제3대, 4대, 9대, 10대 중앙종회의원, 도선사 주지, 사회복지법인 혜명복지원 초대 이사장, 중앙승가대 학장을 역임하고 학교법인 청담학원 이사 및 명예이사장 소임을 맡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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