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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가는 조계종 재가 종무원들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7.26 23:05
  • 수정 2018.07.27 10:32
  • 호수 1450
  • 댓글 28

의혹·비난 확산에 참담한 심정
집회 시위대 막는 게 새 업무
다른 종교인들 비판에는 ‘분노’
설조스님 단식 곱지 않은 시선
“중진스님들 종단 정상화” 호소

서울 조계사 앞에서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집회 시위대를 막고 있는 재가종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4월24일 설정 스님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과 맞서고 있는 재가종무원들.
서울 조계사 앞에서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집회 시위대를 막고 있는 재가종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4월24일 설정 스님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과 맞서고 있는 재가종무원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재가종무원 A씨는 매주 목요일 출근이 부담스럽다. 퇴근시간 무렵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 적폐청산 시민연대 집회가 열려서다. 혹여 총무원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비상대기를 해야 한다. 집회가 일찍 해산하면 오후 8시. 보통 오후 9시쯤 돼야 집으로 향한다. 앞서 4월24일에는 경찰들과 뒤섞여 설정 스님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과 맞서야 했다. 지난 5월10일 시작된 새 업무(?)는 6월23일부터 토요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산하기관 재가종무원들은 특별한 지침이 없어도 눈치껏 남아야 했다. 그보다 속시원한 의혹 규명이 안되고, 비난만 확산되면서 불자로서 받는 자괴감이 더 아프다. 이런 상황이 낯선 신입 재가종무원들까지 나서고 있다. 그렇게 78일(7월26일 기준)을 넘겼다.

조계사 종무원 B씨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도량을 지키는 업무라고는 하지만 매번 적대적인 표정과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이들과 마주하는 일은 곤혹스럽고 지친다. 봉은사 종무원 C씨 역시 마찬가지다. 1주일에 한 번 토요일이면 조계사에 지원된다. 막말을 퍼붓는 이들을 온몸으로 막아서고 나면 진이 빠진다.

서울 조계사 인근 재가종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안팎에서 “답답하다” “상황이 막막하다” “때론 부끄럽다” "지겹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조계사 앞에서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집회 시위대를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의혹을 확인하고 바로 잡는 조치가 불투명한 것도 이유다. 특히 새 업무보다 불자로서 받는 상처가 더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 재가종무원은 “신심이 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명분도 뚜렷하지 않다. 의혹 해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도하지 못하고 대응에만 급급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종무원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며 “도덕성이 강조되는 공동체다. 아직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범계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상처받는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도 참회라든지 자신을 성찰해보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나름 진보적이었다”는 재가종무원은 “마치 적폐가 된 것 같은 자괴감도 들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폐 시민연대의 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다. “목적 달성을 위해 자극적 언행과 불교공동체를 훼손하려고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다른 종교 성직자까지 나서 종단 내부적으로 해결할 사안에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일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조계종을 아무나 함부로 건드리고 훼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집행부 교역직스님들과 중진급스님들의 종단 정상화를 향한 노력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40일 가까이 단식을 진행 중인 설조 스님을 향한 시선도 그리 곱지 않다.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호적을 세탁하고 불국사 주지 시절 수십억의 분담금을 내지 않은 일, 게다가 문화재관람료를 개인통장으로 관리했던 당사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더욱이 시위대 앞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몇십분씩 연설하는 모습을 본 재가종무원들 사회에서는 “정말 단식하는 것이냐”는 얘기들도 나오곤 한다. 최근 이런 고민들과 관련 종무원조합을 포함해 차팀장, 직급별 활발한 논의가 오갔고, 곧 일부의 연서명 형태로 호소문이 나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 중앙종무기관 한 교역직스님은 “재가종무원들이 당당하지 못한 이러한 현실에 책임감을 느끼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종무원들 열정과 애종심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으려 항상 애쓰고 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신심과 정의감으로 존중받는 불교를 위해 마음을 모아야겠다”고 다독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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