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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불교연대, 불교계 워마드로 전락하나

기자명 남수연
  • 기자칼럼
  • 입력 2018.08.08 18:02
  • 수정 2018.08.08 20:19
  • 호수 1451
  • 댓글 27

성추행 당했다는 여성 신상
불교닷컴·포커스가 먼저 공개
이들 과실엔 모르쇠 일관하며
반발한 연대단체엔 탈퇴로 응수

“여성 내세운 건 폭력” 주장하며
MBC PD수첩에는 여전히 침묵
논리·상식·예의 저버린 진영논리
훗날 “불교계 워마드” 불릴 수도

최근 워마드의 행보가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남성혐오사이트. 우리사회가 워마드에 대해 내리는 정의다.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그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고 엽기적이기 때문이다.

워마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 한 언론사를 통해 분노의 메시지를 표출하기 위해 충격적인, 도덕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도 기꺼이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표현 해봤지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충격요법을 써서라도 우리사회가 관심을 갖게 하겠다는 뜻이다. 워마드라는 이름을 대중에 널리 알린 것도 가톨릭의 성체훼손이라는 가공할 만한 행위 덕분이었고 불교계에 워마드라는 이름이 회자된 것도 훼불에 가까운 합성사진 때문이었다. 그들 말대로라면 이런 충격적인, 다소 엽기적인 방법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논리적인 주장, 상식적인 이야기, 예의를 갖춘 의견 피력으로는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들의 행보는 결국 워마드라는 슬픈 괴물을 만들어낸 셈이다.

얼마 전 법보신문의 대표와 기자가 성평등불교연대의 공동대표에게 고발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MBC PD수첩이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고 이에 반발한 현응 스님이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며 촉발된 사건을 보도한 본지 기사에 대해 성불연대가 어느 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느닷없는 성명을 발표한지 2개월여 만이다. 현응 스님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여성의 신상이 이미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 상황이었지만 성불연대는 해당 매체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도 없이 본지를 향해 ‘2차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이후 이들에게서 보인 논리적이지 않은, 상식을 벗어난, 그리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본지는 성불연대에 해당 여성의 신상을 맨 처음 공개한 언론이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였으며 이 두 단체가 신상공개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성불연대는 이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법보신문이 2차 가해를 했다는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만을 되풀이 했다. 그러더니 성불연대의 행보에 이의를 제기한 단체들을 탈퇴시키려하고 단체들에게 오히려 사과를 요구했다는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전해졌다. 결국엔 본지의 대표와 기자를 고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본지 기자와 대표에게) 깨우쳐줄 필요가 있어”라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행보가 워마드라는 괴물 탄생 과정을 연상케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성불연대는 불교닷컴이나 불교포커스를 제쳐 두고 왜 법보신문이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하는지에 관해 논리적인 설명을 해야 했다. 또 성불연대의 행보에 이의를 제기한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대의 활동방향을 정립해가자는 연대단체들의 상식적인 주장을 수용해야 했다. 그리고 본지의 기자와 대표를 깨우쳐주겠다는 오만한 태도로 이 사안을 이용해서는 안됐다.

성불연대는 불교계 내에 성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공익의 목적으로 출발했다. “폭력과 차별이 난무하며, 다름에 대한 혐오는 급속하게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성불연대의 출범 선언문은 그들 스스로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명확히 천명하고 있다. 한때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성추행 사건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불교계의 기대를 모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불연대가 보이는 잇따른 행보에서는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성들을 피해자로 만들어 ‘여성=피해자’라는 프레임 속에서 무차별적이고 비논리적인 비난과 분노를 쏟아내는 워마드의 오류가 읽혀진다. 8월8일 성불연대가 ‘피해 여성을 무자비하게 앞세운 죄만으로도 설정원장스님은 물러나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성명 또한 그렇다.

이 문건에서 성불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딸이 설정 스님의 자식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김모씨에 대해 언급하며 “권력자와의 관계에서 성폭력피해를 당했건 다른 남성과 관계를 했건, 수십 년 전의 일로 한 여성을 대중 앞에 내세우고, 그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등의 일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입니다. 피해 여성을 내세워 자신의 죄 없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이고 또한 부끄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며,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입니다”라고 정의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일부 인터넷매체와 MBC PD수첩이 김모씨의 딸을 놓고 설정 스님의 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사회적 이슈로 만든 것 자체가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이었다. 친자 여부를 밝히라며 유전자검사를 요구한 것 또한 비인간적이고 부끄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내세워 이 여성을 종단권력의 진흙탕 싸움에 끌어들인 이들은 진정 누구인가. 성불연대는 이들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성불연대의 성명서는 또다시 종단 권력다툼의 정중앙을 지향하고 있다. MBC PD수첩 방송 직후 사실여부에 대한 검증도 없이 곧바로 성명서를 내며 조계종총무원장의 책임을 요구했던 이들은 또다시 “부패한 종권다툼에 여성들을 수단화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 여성의 고통을 무시하는 이 추악한 싸움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설정총무원장스님이 물러나야하는 이유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의혹을 제기하며 조계종총무원장 선거의 한 복판으로 여성을 끌어들인 세력, 이 여성의 상처와 아픔, 아이의 인권까지도 무참히 짓밟아버린 방송, 그리고 이 문제를 조계종적폐청산이라는 분쟁에 끝없이 이슈로 이용하고 있는 종단 안팎의 단체들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이 시종일관 ‘설정 총무원장스님 퇴진’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김모씨의 짓밟힌 인권은 조계종의 적폐가 청산되어도, 총무원장이 물러나도, 그 누가 종권을 잡아도 이미 회복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피해여성’을 앞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성불연대의 행보는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남수연 기자
남수연 기자

논리와 상식, 예의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목적의식만 남을 때 워마드는 탄생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워마드처럼 한 여성을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단정해 놓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리석음은 워마드의 씨앗을 잉태하는 위험한 폭주다. 성불연대는 누구를 단죄하기에 앞서 스스로에 대해 뼈저린 참회와 자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불교계의 워마드’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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