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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감소, 정치적 악용 말아야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08.10 22:38
  • 수정 2018.08.11 08:58
  • 호수 1451
  • 댓글 16

집회 때마다 ‘불자 감소’ 등장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적 이용
사실 과장·왜곡은 저열한 행위

불교계가 연일 깊은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던 설조 스님이 단식을 그쳤지만 여전히 조계사 인근에는 선정적인 구호와 피켓들이 난무한다. 몇몇 거친 이들의 입에서는 욕설에 가까운 말들이 쏟아진다. 현 총무원장은 물론 이제는 전 총무원장의 책임론까지 들고나온다. 수많은 비판의 언어들 중에는 사실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항의성 집회라는 성격상 특정 인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더라도 때때로 과도한 경우들이 없지 않다. ‘불자 300만 감소’ 문제도 그중 하나다.

2016년 말 발표된 ‘2015년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 결과는 불교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전체 종교인구 중 불자가 불과 762만이었다. 2005년 1058만에서 10년 사이에 300만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개신교 신자는 120여만이 늘어난 968만명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1985년 통계청 종교 인구 조사 이래 굳건히 지켜오던 불교가 제1종교의 위치를 내줬음을 의미했다.

이후 불교계 내부에서는 ‘불자 300만 감소’가 연일 화제에 올랐다. 조사결과를 놓고 각계에서 원인 분석이 이뤄졌으며,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청년, 신도 단체 등에서 계층포교에 대한 다양한 대안 모색이 진행됐다.

동시에 ‘불자 300만 감소’에 대한 책임론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종단에 비판적인 단체들의 비판 대상은 전 총무원장이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지관 스님(2005.11~2009.10)과 자승 스님(2009.11~2017.10)이 조계종의 행정을 이끌었다.

지관 스님이 입적한 상황에서 ‘불자 300만 감소’의 화살은 당시 조계종을 이끌었던 자승 스님에게로 향했다. 특히 몇몇 재가단체 대표들은 전 총무원장 체제에서 불자 300만이 떠났음을 기고와 집회를 통해 반복적으로 각인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자 300만 감소’는 종단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상용 문구로 정착됐다. 심지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012년 도박사건의 주축 세력들까지도 ‘불자 300만 감소’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전 총무원장 탓으로 돌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책임전가는 부당한 측면이 적지 않다. ‘2015년 통계청 종교인구 조사’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온갖 추문과 범법행위, 극보수 지지자를 자임했던 개신교가 2005년에 이어 2015년에도 더 큰 폭으로 줄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개신교인은 120만명 이상 늘었다. 반면 김수환 추기경 서거,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같은 굵직한 호재들이 있었던 가톨릭이 2005년 500만명 초반에서 2015년 300만명 후반대로 신도가 급감한 사실도 설명하기 어렵다. 남 탓에 열중하는 불교계 인사들도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타종교 전문가 및 종교언론에서는 정밀한 분석을 통해 불자 감소의 주된 원인을 고착화된 불교인구의 고령화에서 찾고 있다.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는 2008년, ‘2005년 종교인구 조사’를 분석한 논문에서 불교계가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이유로 내부 분란을 꼽았다. 내부 다툼의 격화는 불교를 대중들에게 부패종교로 인식하게 하는 반면, 불교 본래의 목적과 실천, 성직자의 자질 등에 대한 거부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차 교수의 이러한 분석은 타종교인과 외부 인사까지 참여해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지금의 혼란스런 불교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누구나 공과가 있다. 공은 칭찬받아야 하고 과는 비판받아야 정당하다. 총무원장을 비롯한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공격을 위해 특정 사실을 끊임없이 과장, 왜곡하는 행위는 저열하다. 더욱이 ‘불자 300만 감소’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투쟁에 악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mitra@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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