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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과 그 무게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 대법원 재판 거래, 불교계 뉴스 등이 폭염만큼이나 우리를 덥게 한다. 절대 왕조시대에서도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여 민심을 중요시 여겼다. 민심은 오늘날 여론으로 나타난다. 여론은 여론조사라는 객관적인 조사에 의해 수치로 드러나는 세상이다. 대통령이나 각 정당의 지지율은 매주 발표되고 있다. 지지율에 명운이 걸려 있는 정치인이나 단체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과거의 민심은 풍문 등에 영향을 받았다면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은 각종 기사에 대해 표현하는 댓글의 질과 양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필명: 드루킹)을 비롯한 이들이 인터넷 기사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댓글이나 추천수 조작으로 여론을 조작하였다는 혐의 및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 처음에는 친정부적인 댓글로 이후에는 반정부적인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다가 고발당했다. 유명 정치인이 관련되어 한 사건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가 작동되어 서로 다른 견해와 반응이 표출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 달라질 수는 없을지라도 진영에 따라 판이한 입장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요즈음 불교계도 폭염처럼 뜨겁다. 한국불교 대표 종단의 책임 있는 출가 승려들이 계율을 지키지 않았고, 또 정부 지원금을 불법으로 지출하였으므로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불법을 저지른 이들을 조사해 구속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다. 출가자들은 세속의 법은 말할 것도 없고 불가 계율도 지켜야 한다. 특히 불음계를 지키지 않으면 출가 승려라고 할 수 없다. 범계나 범법 여부는 종단의 법적 잣대나 세상의 실정법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 하지만 종단 내의 정의가 바로서지 못하고 정부의 법 집행도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연일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분율’을 보면 부처님은 출가 승려들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평판을 참고하여 계율을 제정하시곤 했다. 오늘날로 말하면 여론 수렴이라고 할 수 있다. 승단에 대한 평판에는 때로는 믿음이 없는 거사들도 참여했다고 한다. 마치 요즈음 다른 종교인들이 불교 승단 문제에 개입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하다. 여론이나 평판에 무게를 가지려면 평판을 제기하는 내부자의 순수성이 우선이다. 삼보의 허물을 발설하지 말라는 ‘범망경’의 가르침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각종 사건이나 문제의 옳고 그름은 여론에 의해 평가될 수 있고, 각 행위의 불법성 유무는 사법적 판단에 따르면 된다. 그런데 가장 신성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재판 거래나 여론 조작 등은 분명 사회의 정의를 파괴하는 큰 범죄이다.

건전한 사회는 누구에게나 법 앞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 어떤 고매한 이론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은 무게감을 갖는다. 그렇지 않고 특정 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인신공격성 주장은 결코 상대편의 동의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은 가짜 여론이고 그 무게가 있을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사분율’에서 계율을 제정하게 된 배경으로 비구 앞에 명예와 재물이 많아지는 것을 들고 있다. 명예와 재물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정직하지 못하게 그것을 추구하면 세상의 외면을 받게 된다. 명예와 재물을 적절히 정직하게 추구하고, 지혜와 자비를 닦는다면 무엇이 두렵고 여론이 그들을 외면할까.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 학술연구 교수 woochun50@naver.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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