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맑고 아름다운 삼배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8.13 16:03
  • 수정 2018.08.13 16:04
  • 호수 1451
  • 댓글 0

자비발원문 사경하며 인연에 삼배
미운 이에게 하기엔 특히 어려워
진심담은 절은 상대 존중하는 마음
분노·원망 사라지며 자유로워져

여름철에 열리는 ‘청소년 템플스테이’는 즐겁고 활기찬 행사입니다. 공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다립니다.

올해 프로그램 가운데 주변 인연들에게 삼배를 올리는 자비발원문 사경 명상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 경쟁자, 괴롭히는 사람, 배신한 사람 등의 대상을 정하고 그의 이름을 “존귀한 ○○○부처님”이라 붙여서 자비발원문을 사경하며 삼배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막상 기도를 시작하니, 아이들 모두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법우가 “나를 괴롭히는 나쁜 친구에게 행복하라고 기도하고, 부처님이라고 부르고, 절까지 할 마음이 안 생겨요. 꼭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모든 이에게 불성이 있고 모든 생명이 다 귀하니, 아무리 나빠도 삼배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고 설명하니 이해하긴 하지만, 실제 원망의 대상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하는 것을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절하려고 하지 않지요. 그래서 삼천배 기도는 많이 하지만, 마음을 낮추어 대상을 귀하게 여기며 절 올리는 이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니 경쟁자이거나 미워하는 사람, 배신한 사람에게 절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겁니다.

청소년 법우들에게 ‘하기 싫은 것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스님을 믿고 한번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달랬습니다. 마침내 아이들 하나 둘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고민한다는 것은 이 시간이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정하는 자신의 마음을 바꾸어 상대를 받아들이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절하며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과 손이 아파서 흔들어가며 발원문을 쓰는 모습을 보니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자비의 발원입니다.

기도가 끝나고 질문을 했던 청소년 법우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절하는 게 억울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며 신기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법우는 친구와 싸워서 자기 잘못인 것 같아 우울했는데 삼배하면서 친구도 나처럼 힘들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니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고 친구와도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습니다.

진심을 다해 올리는 절은 그 자체로 이미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절 올리는 대상은 내게 귀한 사람이 되고, 그러면 더 이상 미워하거나 증오할 수 없습니다. 상대에 대한 억울함이나 원망, 분노가 사라지면 본인도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절이 기도이자 수행이 되는 이유는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청정하게 지켜주기 때문이지요.

금해 스님
금해 스님

오늘, 미워하고 증오하는 그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삼배를 올리시길 바랍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