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할 것 없이 뇌염 백신을 맞아야 할 시절이다.
뇌염은 보통 모기가 매개하여 전염시키는 병으로 7~8월 중에 창궐한다. 신종플루에 이어서 에볼라, 메르스, 그리고 다시 뇌염모기나 소두증이 유행할 것이라는 뉴스는 달갑지 않은 우리 시대의 그늘이다. 그것은 여러가지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음모론이다. 유행성 질환의 유행은 자본가들의 탐욕에 의해 병균이 뿌려져서 유행하게 된다는 음모론 말이다. 2차 대전 중 세균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한국전쟁 중에도 유행성출혈열이 전후에 유행하였기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까지 세균전쟁이 동북아 지대에서 활용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개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서아프리카, 중아프리카 등지보다 1940~1950년대 당시 동북아나 한반도가 더 잘살았다는 증거는 없다. 우물물의 위생 상태로 판단하건대 분명 그 시절 동북아와 한반도의 식수 위생상태가 지금 서아프리카의 식수 위생 상태보다 크게 낫지 않았다.
위생상태가 불량하고 식수원이 대량 오염되어 있는 지역에서 음모론이 격렬한 호응을 얻는 것은 과거 역사에서 식수 오염을 활용해 적대국을 공격하는 방법이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이 세균전 연구에 몰두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경제가 어려운 데에다가 모기를 매개로 한 소두증과 뇌염이 동남아로부터 급북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올해 뇌염이 창궐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금 동남아 지역 열대 기후 속에서 엄청나게 증식하고 있는 모기들은 바람결에 앵앵거리며 북상하여 우리나라로 올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이제이(以夷制夷)’방책, 즉 생태계 갈등 구조를 이용하는 방법만 남았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면 세균은 줄어들고 세균이 늘어나면 곰팡이류는 움츠러드는 것이 생태계의 진리이다.
어려운 의학용어인 백신이라는 단어 대신 약화된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아 ‘이이제이’라고 표현해 보았다.
요즈음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의 면역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제는 소아 산업만 번창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인구의 급증에 따라 이웃 일본에서는 노인용 기저귀나 하의가 커다란 시장으로 급부상하였다고 한다.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0%가 넘어서고 있으며 노인들이 접종하여야 할 백신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 폐렴 백신, A형간염 백신 등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 뇌염 백신도 추가하여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다들 전에는 평생 한 번만 맞아도 된다고 했던 백신들이다. 그런데 요즈음 기후변화에 따라 바이러스가 강력해지면서 접종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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