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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사단 제주지역단 교정팀 성남옥 포교사 -상

기자명 성남옥

목사 후보생에서 부처님 가르침 전하는 삶 전환

존재에 회의감 들면서 자살 동경
“선택 않은 신 믿어야할까” 의문
공염불하다 남편 권유 불교 입문
차츰 팔정도·반야심경 등 알아가

61, 일심각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에 그다지 필요한 존재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여고 2학년 때였다. 인생에 의문을 갖고 서울 조계사를 찾아갔지만 아직 인연이 아니었는지 다시 발길을 돌렸다.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 중에서 마지막 서열이었고, 남아 선호 사상이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교육에서도 서열에서 제외돼 대학 공부도 스스로 했다. 한참 예민하고 자기 가치에 대해 확신이 없던 터라 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나는 누구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당시 유일한 도피처는 독서였고, 톨스토이의 ‘인생론’을 읽다가 ‘인간의 최고의 선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자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을까에 대해서도 연구해 보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병석에 계시는 아버지였다. 편찮은 아버지 앞에서 먼저 죽으면 ‘얼마나 충격이 크실까?’하는 생각이 나를 멈춰 세웠다. 다음해 아버지가 세연을 다하고 혼자 남은 어머니에게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에 생을 이어갔다.

그토록 가고 싶은 미대를 가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아니, 펑펑 울지도 못했다. 계속 눈물이 흘렀다. 주위 권유로 신학대에 입학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모태신앙을 안고 태어났던 터라 가족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신학생 시절에 교육 전도사라는 직책으로 학생회를 지도했고 목사 후보생이 됐다. 졸업 후 교역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신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계속적으로 반복됐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되던 해, 어느 선지식과 인연이 닿았다. 그리고 불교에 입문했다.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옆자리에 있던 보살이 펼쳐주는 대로 따라 읽기는 했지만 내용도 모르고 흉내만 내는 공염불이었다. 곁에서 보던 남편이 안타까웠는지 은해사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다.

‘반야심경’을 알게 됐고, 지심귀명례를 외워 지극한 마음으로 예경을 드렸다. 하나하나 그 의미가 다가왔다. 부처님을 모시게 됐다. ‘팔정도’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게 내 앞에 던져졌다.

‘올바른 8가지 길’을 나름대로 쉽게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지켜내기 무척 힘든 계율이었다. 가장 걸리는 것이 진이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 씩 화를 내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지만, ‘화’라는 놈은 시도 때도 없이 밀고 올라왔다. 뒤늦게 그 이유가 ‘모든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리는데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열심히 부처님 가르침을 배웠다. 2년간 불교대학을 마치고 학감스님이 포교사를 권유했다. 처음엔 거절했다. ‘교회 전도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무슨 포교사를 한단 말인가!’

혜국 스님에게 화두와 함께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말씀을 받았다. 약속을 지키려고 나름 열심히 자신을 알아 가려고 애썼다.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혼자 경전 읽고, 사경하며 변화를 기대했지만, 다른 사람 앞에 선 ‘나’는 옛날 그대로였다. 한글 108배 참회문을 봤다. 걸리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방편으로 능행 스님의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찾아갔다. 9일간 유서를 써보기도 하고, 자기의 영정사진을 목에 걸고 장례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어두운 밤 산위에 마련된 관에 들어가 땅 속 깊이 묻히는 체험도 해 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아득하게 느껴지고, 멀리서 스님이 치는 목탁소리만 귓전에 맴돌았다. ‘자신이 치유되지 않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namok7220@daum.net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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