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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 웻산타라자타카 ㉘ 산자야(Sañjaya) 왕과 주자카(Jūjaka)

주자카 하인이 되어 돌아온 태자의 아이들

전날 밤 길몽을 꾼 산자야왕
손자‧손녀와 감격적으로 재회
자식 보시한 태자에 비난일자
아들 잘리 반발하며 태자 두둔

태국 방콕 불교사원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산자야왕과 주자카.
태국 방콕 불교사원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산자야왕과 주자카.

주자카와 아이들은 60일이 걸리는 길을 15일 만에 걸어서 주자카의 고향인 칼링가(Kālinga)가 아닌 산자야(Sañjaya)왕이 주석하고 있는 제툿타라(Jetuttara)에 도착했다. 주자카가 도착하기 전날 산자야왕은 꿈을 꿨다. 꿈에서 한 남자가 왕에게 2개의 꽃을 건넸는데 왕이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자 꽃잎이 온몸으로 흘러내렸다. 왕의 사제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크샤트리야가 돌아오는 꿈이라고 해석해주었다.

산자야왕은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집무실로 나가 앉았다. 천신들이 주자카를 왕의 궁전으로 이끌었고 왕은 멀리서 주자카와 함께 걷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왕이 크게 말했다. “두 아이의 얼굴이 황금처럼 빛나는구나. 도대체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남자아이는 손자 잘리를 닮았고 여자아이는 손녀 칸하지나를 닮았구나.”

왕은 신하를 보내 주자카 일행을 데리고 오게 한 후 말했다. “브라만 사제시여, 어떻게 이 아이들과 함께 있게 되었습니까?” 주자카가 답했다. “2주 전에 보시로 유명하신 분께서 아이들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왕이 재차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로 이 아이들을 얻었나요? 아이들은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누구에게서 아이들을 얻으셨나요?”

주자카가 답했다. “웻산타라 태자께서 아이들을 하인으로 주셨습니다.”

주자카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궁전의 신하들이 술렁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를 흰 코끼리를 보시한 죄로 추방했었다. 이제 그는 한계를 넘어섰다. 어떻게 자식들을 보시할 수 있단 말인가. 하인이나 말이나 소나 마차나 보석을 보시하면 될 일이다. 자기의 자식을 하인으로 보시하다니. 우리가 그를 왕국에서 추방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는 왕이 되기에 적절하지 않다.”

신하들이 아버지를 비난하는 것을 듣자 잘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할아버지, 이들이 저의 아버지를 비판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합니다. 저의 아버지에게는 하인도, 말도, 소도, 마차도, 보석도 없습니다. 가진 것이 없는 숲속의 수행자였습니다.” 왕이 답했다. “사랑하는 잘리여, 나는 네 아버지의 보시를 칭찬하고 싶다. 나는 내 아들을 비판하지 않는다. 내게 이야기해주렴. 웻산타라 태자는 어떤 마음으로 너희들을 저 브라만사제에게 보시했느냐?” 잘리가 답했다. “아버지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눈은 붉게 타올랐으며, 눈물이 사방으로 흘러내렸습니다.” 가만히 있던 칸하지나도 산자야왕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이 브라만 사제는 나뭇가지로 저희들을 하인처럼 때렸습니다. 그는 진짜 브라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탈을 쓴 약카(yakka)입니다.”

산자야왕이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사랑하는 잘리와 칸하지나야, 왜 할아버지의 무릎과 어께 위에 올라오지 않느냐.” 잘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들은 한때 태자와 태자비의 아들과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브라만 사제의 하인입니다. 따라서 이곳이 저희들이 있을 곳입니다.”

왕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 그렇게 말하지 마라. 할아버지의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구나. 할아버지가 값을 치르고 너희들을 풀어 줄 것이다. 너희들은 더 이상 하인이 아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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