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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계를 지키나

조계종에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 불교개혁행동이 8월11일 서울 보신각을 비롯해 광화문, 조계사 등지에서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라는 행사명에 비해 참가자는 500여명 수준으로 초라했다. 한국불교가 762만 신도임을 감안할 때 참가자 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이마저도 불광사 신도 230여명의 참여를 제외하면 재가불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양새였다.

행사는 삼귀의 반야심경으로 시작해 사홍서원으로 마무리하는 불교행사의 형식을 취했지만 예의 그래왔듯 선정적인 구호와 종단과 특정 인물을 비판하는 내용이 난무했다. 이날 발언자들은 모두 현 조계종단의 적폐는 특정 인물에서 비롯됐다며 “○○퇴진 ○○구속” 등의 구호를 쉼 없이 외쳤다.

보신각에서 출발해 교보문고, 미대사관, 광화문사거리, 경복궁 및 안국동 사거리, 우정국로에 이르는 거리행진에서도 선동적 구호가 울려 퍼졌다. 비록 목탁소리가 울리기는 했지만 “○○퇴진 ○○구속” “종회를 즉각 해산하라” “범대책 기구를 즉시 수립하라” “종헌종법 즉각 개정하라” 등 구호와 고성이 거리에 난무했다.

집회를 지켜본 불자들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를 했다지만 전체적인 행사에서 승가에 대한 귀의는커녕 기본적인 존중이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우정국 마당에서 마무리되는 집회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참가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난 기사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불자인가’라는 의문으로 불자가 아니라는 말을 우회해서 썼던데 저는 불자입니다. 불자가 아니면 지방에서 올라와 이런 집회에 왜 참석하겠습니까? 행사에 나오는 구호가 과격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계를 지키지 않는 스님들에게는 오히려 과분한 표현입니다.”

“오계를 지키지 않는 이를 불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자 되돌아온 답변은 “저들도 계를 지키지 않는다”는 항변뿐이었다.

선동적 구호는 남을 괴롭히는 말로 악구(惡口)에 속한다. 불교개혁행동의 집회에서 난무하는 구호들은 분명 불망어계(不妄語戒)를 어긴 것이다. 스님들이 계를 지키지 않았기에 선동적인 구호로 비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참가자의 말은 세속의 논리로 보면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네가 하니 나도 한다’는 논리는 불자가 추구해야할 방식이 아니다. 이러한 조건이 붙는 수행은 수동적이 된다. 기준을 상대에게 맞춰 상대의 행위에 따라 자신의 행위가 영향받기 때문이다.
 

조장희 기자

부처님께서는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에 의지하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라”는 가르침을 마지막 유훈으로 남겼다. 집회참가자들이 남탓에만 몰두하지 않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았다면 집회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이 큰 행사였다.

banya@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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