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유리창 충돌로부터 새들을 구해야
109. 유리창 충돌로부터 새들을 구해야
  • 최원형
  • 승인 2018.08.20 16:52
  • 호수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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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유리창 충돌은 인간만 생각한 편의서 비롯

유리창·유리벽·투명방음벽 부딪쳐
목숨잃는 조류 한해 2000만 마리
조류 사라지면서 맹금류도 감소
반투명 스티커 등 상생지혜 필요

폭염이 이어지면서 우리 집 모이대를 찾는 새들이 뜸해지자 이런 저런 근심들이 뜸해진 자릴 분주히 채웠다. 더워도 너무 더우니 이런 폭염에 혹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짱짱하던 볕의 기세가 조금은 꺾이는 오후 무렵, 찾아오는 몇몇 새들이 반가워 내다보면 하나같이 부리를 벌리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를 견뎌내는 힘겨움이 창문 너머로 전해졌다. 고작 몇 십 그램의 무게로 뜨거운 열기를 감당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나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물그릇을 채우는 것과 모이를 조금 더 내놓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쉼 없이 먹이활동을 해야 살아가는 생명이다 보니 염천에도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더없이 애틋하다. 111년만의 폭염이라는 뉴스가 아니어도 몸으로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온도를 겪었던 터라 이 예사롭지 않은 기후가 몹시 두렵다. 겨울 한파와 여름 폭염을 생명가진 모든 존재들이 어떤 피난처도 없이 고스란히 몸으로 겪는 현장을 보는 일은 괴로움이다. 하지만 폭염이 사라지면 새들은 행복해질까?

우리나라의 경우엔 아직 통계로 잡힌 수치가 없으나 미국에서는 한 해에 약 3억에서 10억 마리 정도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고 있다 한다. 오랜 시간 쌓인 통계에 따르면 조류가 목숨을 잃는 직접 원인이 고양이에 의한 피해 다음으로 유리창 충돌이다. 단순히 유리창만이 아니라 빌딩 외장을 유리로 마감하는 것도 조류 충돌사고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기에 더해서 투명방음벽이 또한 조류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국토대비 도로점유율이 세계 최고인 이 땅에서 조류 충돌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도롯가다. 도로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와 도로 사이에는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처음부터 투명한 방음벽은 아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불투명한 방음벽이 경관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투명한 방음벽으로 재질이 바뀌었다.

새들 눈에는 이 투명한 방음벽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맹점이다. 높은 곳에서도 정확히 먹잇감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조류의 시력이 좋은데 어째서 방음벽 충돌이 빈번한지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류의 눈은 사람처럼 앞쪽이 아니라 양 옆에 위치하고 있다. 포식자를 재빨리 포착하고 피하기 위해서는 시야가 넓어야했고 그래서 눈의 위치가 머리 양 옆에 붙는 걸로 진화했다. 이렇다보니 빠르게 비행하는 새들에게는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코앞에 방음벽이 나타나는 셈이다. 그래서 방음벽은 새들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 환경 공유 플랫폼인 ‘네이처링’에 들어가면 전국 곳곳에서 충돌에 의해 목숨을 잃은 새들 사진이 정말 많이 올라온다.

그렇다면 투명한 방음벽에도 눈에 띄는 프레임이 있는데 왜 새들은 그것조차 못 볼까? 집 앞에 있는 숲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관찰해보면 많은 새들은 나무 위로만 날지 않는다. 심지어 까마귀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와중에도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니는 걸 자주 본다. 이따금 부딪히면 어떡하나 아슬아슬할 때도 있지만 결코 부딪히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까마귀는 제법 큰 새인데도 나무 위로 날지 않고 왜 가지 사이로 날아다닐까? 날갯짓은 곧 에너지 소비다. 그러니 최대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면서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가지 사이를 난다는 얘기다. 새들의 습성을 안다면 방음벽이 투명하니 그곳을 뚫린 공간으로 인식하다가 가서 부딪히는 건 당연한 결과다. 작년부터 국립생태원에서 전국 규모로 유리창 충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추정치이긴 한데 연간 전국적으로 충돌에 의해 죽음에 이른 조류의 숫자는 대략 1000만에서 2000만 마리정도 된다고 한다. 이토록 많은 숫자의 조류가 사라지니 자연히 조류를 포식하는 맹금류 숫자가 또한 같이 줄어들었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돼버렸다.

이런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버드세이버가 등장했었다. 버드세이버는 말 그대로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로 창에 붙여놓아 새들이 피해가도록 만든 물건이다. 그런데 촘촘하게 붙이지 않는 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다. 대신 국립생태원에서는 창이나 방음벽 유리에 자외선을 반사하는 불투명 테이프를 붙여 충돌사고를 거의 없앴다. 새가 우리와 함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 있다. 조류의 유리창충돌은 우리가 생각하는 편리가 우리‘만’을 생각하는 편리여서 벌어진 비극이다. 무지는 결국 우리에게 더 큰 비극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니 더불어 사는 지혜로 불살생을 실천해야하지 않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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