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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들이 제시한 획기적 신행지침 방안은

기자명 이재형
  • 교학
  • 입력 2018.08.22 11:01
  • 수정 2018.08.23 20:26
  • 호수 1453
  • 댓글 2

한국불교학회 8월16·17일 워크숍
60여명 학자들 모여서 발표·토론
티베트·미얀마·일본 등 신행 검토
불자들 집에 불단 모신 점 동일
불단 모셔야 기도·참회 등 일상화

갈수록 불자들이 감소하고 정체성마저 희박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불교학자들이 대안모색에 나섰다.

(사)한국불교학회(회장 김성철)는 8월16·17일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2018년 하계워크숍를 열고 재가불자의 신행지침 마련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은 김성철 한국불교학회장은 한국 재가불자들이 준수해야할 공통된 신행지침의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님들의 출가 의식에 사용하는 규범집인 ‘사분율(四分律)’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존속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율(律)의 제정과 준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불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하는 불교적 규범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가불자들의 신행지침을 마련하고, 불자라면 이를 누구나 준수하게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행사 취지를 설명한 뒤 자신이 직접 고안해 제작한 불자 호계주(護戒珠)를 참석자 전원에게 배포했다. 호계주는 총 20알로 이뤄져 있고 구슬 하나하나마다 세 글자의 한문 문구를 새겨 넣었다. ‘(삼귀의)歸依佛 歸依法 歸依僧 (십선계)不殺生 不偸盜 不邪淫 不妄語 不兩舌 不惡口 不綺語 不貪欲 不瞋恚 不邪見 (육바라밀계)布施度 持戒度 忍辱度 精進度 禪定度 般若度 (단주 이름)護戒’가 그것이다.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는 삼귀의, 10가지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십선계, 6가지 보살행을 하겠다는 육바라밀의 19가지 다짐이 새겨져 있고, 중앙의 굵은 구슬인 모주(母珠)에는 이 단주의 이름인 ‘호계(護戒)’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참가자들은 호계주를 손목에 차고서 19가지 지계의 다짐을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자신의 삶을 더욱 밝게 만들고, 세상을 더욱 행복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발원의 글을 읽어나갔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삼귀의와 십선계와 육바라밀의
열아홉 다짐 새긴 불자 호계주(護戒珠)
부처님 전 올리고서 기도하오니,
호계주 손목에 찬 지계(持戒)의 다짐
평생토록 이어지길 바라옵니다.

삼보(三寶)님께 귀의(歸依)하는 세 가지 다짐
불보살님, 신장님의 가피(加被)를 받고,
악(惡)에서 벗어나는 열 가지 다짐
미래의 괴로움을 없애주오며,
보살의 바라밀다 여섯 다짐은
무한정진(無限精進) 성불의 길 인도한다네.

온 세상에 가득 계신 불보살님과
불법(佛法)을 외호하는 신장(神將)님들과
차방(此方) 정토 장엄하신 세주(世主)님들께
두 손 모아 합장 정례(頂禮) 기원하오니
호계주 수지하는 모든 이들이

보시(布施)하고 지계하면 생천(生天)한다는
부처님의 차제설법(次第說法) 가르침 따라,
내가 맡은 모든 일에 최선 다하고
내가 만날 모든 이들 항상 도우며
절약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아서
세속에서 향상일로(向上一路) 걷게 하시고,

모든 번뇌 제거하고 마음 맑아져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과 같고
어둔 밤을 비추는 등불과 같이
모든 사람 마음속의 번뇌 없애는
보살 같은 맑은 삶을 살게 하소서.

이 세상의 모든 중생 건지오리다.
마음속의 모든 번뇌 끊으오리다.
무진장(無盡藏)의 모든 법문 배우오리다.
무상보리(無上菩提) 성불의 길 이루오리다.

호계주 수지와 발원 의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재가불자의 신행지침 마련을 위한 대토론회’에 들어갔다. 지정 토론자로는 10여년 동안 미얀마에서 수행한 동국대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 현암 스님, 달라이라마 한국어 통역자로 활동한 박은정 경주 나란다불교학술원 원장, 티베트불교를 전공한 양승규 티벳대장경역경원 전임연구원, 일본에서 불교를 공부한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가 각각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티베트, 일본 등 전통불교권 재가불자들의 신행생활에 대해 소개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이들 국가의 재가불자들은 자신의 집에 불단(佛壇)을 모시고 있음을 공통점으로 찾아냈다. 그리고는 신행지침 마련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한국의 불자들 누구나, 집이든 회사든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불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탱화든 불상이든 부처님을 모신 불단을 마련해야 비로소 지계의 다짐, 기도, 참회 등등 재가불자들이 신행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신행혁신은 일상에서 부처님을 믿고 따르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불단의 설치에 있다고 본 것이다.

김성철 한국불교학회장은 “우리나라 재가불자들의 구체적인 신행지침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토론과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불단 갖기 운동”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신진학자들이 연구한 우리 시대의 불교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서는 △탄허 택성의 사교회통사상 연구(문광 스님/ 한국학중앙연구원) △초기 지론(地論)학파의 알라야식 개념 연구(이상민/ 고려대) △원효 ‘금강삼매경론’의 무이중도(無二中道) 연구(김영미/ 동국대 경주캠퍼스) 3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또 마지막 날에는 경주 감은사지, 문무왕해중릉, 분황사, 황룡사지, 황룡사역사문화관을 탐방해 경주 불교문화의 진수를 체험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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