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화택은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중생들이 사는 세계가 불에 타고 있는 집과 같다는 뜻이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은처자 의혹으로 시작된 혼란은 총무원장 사퇴로 끝났다. 그러나 은처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설정 스님의 사퇴가 “종단이 더 이상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결단의 결과였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설정 스님 사퇴로 모든 것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설정 스님 퇴진을 극렬하게 요구했던 사람들이 퇴진이 임박하자 오히려 퇴진을 만류하거나 총무원 부실장 자리를 요구하는 등 온갖 추태가 부렸다. 그리고 이제는 설정 스님이 특정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쫓겨났다며 설정 스님 구하기에 나선 모양새다.
불교개혁을 말하면서 온갖 험한 말을 쏟아내고, 사실을 왜곡하고 이교도까지 동원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길은 없다. 몇 번씩이나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군대를 피하기 위해 호적을 조작하고, 크고 작은 범계행위로 종단에서 징계를 받은 인물들이 종단개혁을 외치는 모습도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분노로 똘똘 뭉쳐있다는 점이다. 종단과 스님들, 자신들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쏟아내는 말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하다.
요즘 툭하면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붓거나 주먹을 날리는 분노범죄가 늘고 있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를 받은 사람이 3년 만에 1000명이 늘었다고 한다. 근래 발생하는 강력범죄의 30% 이상이 우발적 분노로 일어난다는 조사도 있다.
분노는 주변을 힘들게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파멸시킨다. 조계종은 험한 말과 모욕, 불법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종단개혁인지, 종권탈환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을 목표로 하더라도 분노로 얻을 것은 없다. 불자라면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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