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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바로 봅시다

기자명 성원 스님

매관매직·붕당정치 성행할 때 망국
현 종단 두 그림자 모두 드리워져
새싹들 태풍에 날아가지 않으려면
힘들어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제19호 태풍 솔릭은 이름부터가 매우 의미심장하다.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태풍이름으로 전설의 족장 이름이라고 한다.

제주는 태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모든 항공편이 결항하고 배들도 부두에 묶여 그야말로 섬의 본 모습을 보였다. 태풍 앞에 서면 인간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언제나 겸손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현대 문명세계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는 5년 동안 큰 태풍 없이 잘 지냈는데 올해는 유별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큰 태풍이 한 번씩 지나가야한다”며 “그래야 뭔가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곳이 여실히 들어나 고쳐나가며 살게된다”고 역설했다. 좀 과격한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해서 나도 별달리 말하지 않았다.

정말 이번 태풍이 허약하고 부실히 진행된 우리 사회의 일정부분들을 점검해주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작금의 종단 사태에 생각이 미친다.

오래 봐온 역사서에서 얻은 나름의 단 한 가지가 결정적 결론을 찾은 것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망국의 그림자는 매관매직과 붕당정치가 성행 할 때 깊이 드리워진다는 것이다. 모든 학정의 시작은 바로 매관매직에서 시작하고 모든 부패는 붕당정치에서 싹이 튼다는 사실이다.

우리 종단에 어찌 이리도 이 두 가지 검은 그림자가 뚜렷한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누구는 외부 언론을 강한 어조로 탓하기도 하고 누구는 어떤 특정인의 부덕한 소치를 운운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종단의 보다 근본적 문제는 매관매직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사람이 일을 한다고 한다. 한명의 인재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재적소에 최고의 인재들이 배치되어 집중화된 업무를 추진한다고 해도 시각을 다투며 변화하고, 다양한 견해들이 용출하는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불교의 위상을 지켜가기 쉽지 않을 지경이다. 작금의 종단은 현대 사회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 중요한 자리는 능력보다 인맥으로 가차 없이 선발하고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면 그 인맥에 어울리는 짓을 하는데 자신의 간특한 능력을 모두 쏟아 붓고 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 불교, 우리 종단을 직시하는 눈이다. 이 처절한 아픔을 가지고 수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때로는 자괴감을 젖어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다. 변해야 한다. 원장스님이 사퇴했다. 후보로 나섰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쾌도난마 하더니 외부 언론이 문제를 다루니 그 소리에 놀라 사퇴를 의결했다고 한다. 이러니 어찌 일개 언론에 불교계가 놀아나지 않겠는가? 보다 강한 내성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성원 스님

성철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신을 바로 봅시다.” 울고 싶어도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어도 우리는 우리를 바라보아야 한다. 태풍이 허술한 우리를 길들이기 전에 우리는 오염된 대지 아래에서 피어나는 새싹을 보듬어야 한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태풍을 맞으니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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