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지역단 동부 불교문화해설포항팀 송원 포교사 -상

기자명 송원

‘부처님 아들’로 태어난 전법의 숙명을 잇다

아침저녁 정진한 어머니의 정성
절절한 신행 이어가며 아들 출산
‘왜 사는가’ 질문에 갈증 느끼다
나이 50에 불교교리 공부 집중

63, 보원

세상에는 잘 인지하지 못한 참으로 감사한 일이 많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그렇다.

세상에는 일찍이 한 가지 법이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법을 보시고 깨달았다. 중생들을 위해 그 법을 전해 주신 것이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왔다. 수많은 불보살과 역대 조사들의 자비에 힘입어 2500여년을 면면히 흘러 왔다. 그리고 나에게까지 닿았으니, 이 깊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어머니는 아름다운 곳에 자리한 절에 다니셨다. 넓은 백사장에는 모래가 금빛으로 빛났다. 백사장 옆 낮은 구릉에는 해당화가 무리지어 피고 그 뒤쪽에는 초병 같은 키 작은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이었다.

참으로 궁핍했던 시골생활이었다. 어머니는 아마 어딘가 기대고 싶은 곳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당신 나이 마흔에 처음 부처님을 만나셨고, 그 해 내가 태어났다. 손잡고 같이 걷거나 등에 업혀서 함께 절로 향했다. 어머니는 절에 가는 길에 “너는 부처님의 아들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부처님을 만나자마자 생긴 아들이라는 생각이 많으셨나 보다. 어머니는 집에서도 아침저녁으로 빠짐없이 앉아 정진하셨다. 태어나기 전과 후, 난 ‘부처님 아들’로서 인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약속이나 한 듯이 절에 따라다니는 일이 없어졌다. 그 후엔 성장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상에 쫓기는 생활이 이어졌다. 직업상 전국 각지를 옮겨 다니면서 일을 했고, 쉬는 날 없이 살다보니 어느 덧 청·장년기는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원초적인 질문은 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사람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세상이 평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갈증과 그리움 같은 기분이었다. 아주 가끔씩 쉬는 날 절을 찾았다. 하지만 부처님 도량에서 갖춰야할 예의를 전혀 몰랐다. 법당에 들어가는 것도 절하는 것도 수월하지가 않았다. 한때는 절에서 공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어머님에게 ‘부처님 아들’이란 말을 듣고 자랐지만 정작 절에서 나는 항상 이방인이었다.

그때 느꼈다. 절에서는 왜 항상 이렇게 사람을 만날 수가 없을까. 이럴 때 누군가가 맞이해주고 찬찬히 가르쳐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을 지닌 채 곁눈질로 배운 방법으로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절을 나서곤 했다. 그러다 또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마저 잊어버리는 시간들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기댈 수 있는 곳은 책이었다. 알음알이로 불교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불교교리를 이해하면서 불교 안에서만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나는 부처님 앞에 서야 참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시절인연일까. 어느 날 신문을 보다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계종 포교원에서 낸 사이버불교대학 제1기 신도기본과정 모집공고였다. 온라인으로 불교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나처럼 정기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다. 바로 등록하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불교에서 내게 준 첫 기회였다. 내 나이 이미 쉰 살 때 일이다. 그리고 그 해 겨울, 김천 직지사에서 수계를 하고 법명을 받았다. 이제 다시 ‘부처님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다.

기본은 마쳤는데 신도전문과정이 없었다. 뒤늦게 알았다. 인연은 지중한데 아직도 부처님과 깊은 인연이 되기에는 멀었던 것일까.

song9372@hanmail.net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