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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최근 되찾은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

기자명 이숙희

조선후기 보살상 연쇄 실종…도난 시기 불분명

전형적 조선후기 보살상 형식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상
2004년 도난 후 2014년 발견

화순 쌍봉사 극락전 협시보살
목조관음보살·대세지보살입상
1989년 도난…시기·과정 미상

고흥 능가사 대웅전 봉안됐던
목조관음보살·대세지보살상도
1993년 도난…쌍봉사와 유사

전국서 국보·보물·유형문화재
지정 안 된 불상 줄줄이 도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 1689년, 높이 51㎝. 문화재청 제공.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161-1번지 정방사에 안치된 조선 후기 목조관음보살상이 2004년 5월13일 새벽 2시경에 도난당하였다.(사진 1) 높이 51㎝로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불상 내부에서 발원문이 발견되어 1689년(숙종 15) 3월에 조성되었으며 아미타불상의 협시보살임이 밝혀진 것이다. 현재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06호로 지정되어 있다.

도난 된 후 10년 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2014년 6월2일경 서울 관훈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아트 옥션에 경매물품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박물관장이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려 쓰고 그 상환대금으로 문화재 31점을 사채업자에게 양도하였는데 그중 마이아트 옥션에 경매를 의뢰했던 16점 중에 하나였다. 경매 전시품 중 정방사 목조보살좌상 외에 옥천사 나한상 2구, 서고사 나한상 4구, 경상북도 청도 용천사 ‘영산회상도’ 1점, 청송 대전사 ‘신중탱화’ 2점 등 총 10점이 도난문화재로 확인되어 압수된 후 일부는 원래 봉안되었던 사찰로 되돌아갔다.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얼굴이 몸에 비해 작고 결가부좌한 두 다리의 폭이 넓어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신체비례를 보여준다. 머리에 쓴 보관은 꽃문양으로 화려하게 조각되었고 양쪽 귀 옆에는 U자형의 관대가 입체적으로 펼쳐져 있어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관 가운데에는 관음보살의 상징인 작은 화불(化佛)이 새겨져 있다. 얼굴은 사각형에 가까운데 눈, 코, 입이 작고 단정하게 표현되어 있으나 무표정한 인상이다. 양쪽 귀는 유난히 크고 길게 내려와 있고 그 위로 머리카락이 두 갈래로 나뉘어 늘어져 있다. 몸에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식의 옷을 입었는데 오른쪽 어깨 위에 반달형의 옷자락이 표현되었다. 오른쪽 팔에 걸쳐진 옷자락은 다리 아래에까지 늘어졌다가 배를 가로질러 옷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두 다리 위에는 똑같이 3줄의 옷주름이 접혀 있고 다리 사이에는 굵은 띠주름이 세로로 표현되었다. 또한 가슴 위로는 수평으로 입은 내의 끝부분에 연판 모양으로 주름이 잡혀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두 손은 모두 따로 만들어 끼워 넣었다. 왼손은 가슴 위로 들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린 설법인을 하고 있는데 손의 좌우가 반대로 되어 있어 본존불의 왼쪽 협시보살로 보인다.
 

쌍봉사 목조관음 대세지보살상, 조선후기, 높이 170㎝. ‘도난문화재 도록Ⅰ’(문화재청, 2004).

이렇듯,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여래식의 법의를 입고 아미타불의 손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보살상의 형식이다. 발원문에 의하면 이 상을 제작하는 데에는 단응, 보웅, 유특, 탁린 등 4명의 화승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17세기 후반에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조각승이다. 단응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684년에 제작된 경상북도 예천 용문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과 아미타불목각불탱 등이 있다.

아미타불상을 양옆에서 보좌하는 관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 모두 도난당한 경우도 있다. 1989년 6월12일에 전라남도 화순 쌍봉사 극락전에 아미타불상과 함께 안치되어 있었던 목조관음보살상과 목조대세지보살입상이 도난당하였다(사진 2). 도난시기와 과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주지스님이 사찰을 잠시 비운 틈을 타서 훔쳐간 것으로 보인다.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은 자비를 베풀어 중생에게 구제와 이익을 주거나 지혜의 빛으로 모든 중생의 미혹함을 없애주는 힘을 가진 보살을 말한다. 그 형상을 보면, 관음보살은 보통 아미타화불(阿彌陀化佛)이 새겨진 보관을 쓰고 있고 대세지보살은 보관에 수병(水甁)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손에는 모두 병이나 연꽃을 들고 있다. 이 두보살상은 아미타불좌상을 본존으로 하여 좌우에 서있는 협시보살로 입상과 좌상으로 구성된 아미타삼존불상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아미타불좌상의 대좌 밑바닥에 적혀 있는 묵서에 의해 1694년(숙종 20)에 색난을 중심으로 모현, 득우, 웅원 등의 조각승들이 조성한 것임이 밝혀졌다.

쌍봉사 관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은 크기와 형태 등이 거의 유사하나 손에 들고 있는 지물이나 옷주름 표현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높이는 170㎝ 정도로 보살상 중에서 큰 편에 속하며 보존상태도 좋다. 머리 위에는 꽃문양의 화려한 보관을 썼고 귀 양 옆에 복잡하고 장식적인 관대가 내려와 있다. 얼굴은 약간 네모난 형태에 무표정한 인상이다.

아미타불의 왼쪽 편에 배치된 관음보살상은 여래식으로 천의를 입었다. 두 손으로 늘어진 옷자락을 잡고 있고 무릎에는 띠로 묶은 주름이 있어 장식적인 요소가 보인다. 대세지보살상은 두 손으로 연꽃가지를 받쳐 들고 있으며 여래식의 천의가 가슴 앞에서 무릎까지 늘어지면서 끝부분이 약간 뾰족하게 처리되었다.
 

능가사 목조관음 대세지보살상, 조선후기, 높이 120㎝.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1999).

이와 유사한 예로 전라남도 고흥 능가사 대웅전에 있는 목조아미타불좌상의 협시보살인 목조관음보살상과 목조대세지보살상이(사진 3) 있다. 이 보살상 역시 1993년 2월16일에 도난 되었다. 2구 모두 높이 120㎝로 손모양만 반대로 되어 있을 뿐, 크기나 형태에서 거의 유사하다. 머리 위에는 꽃문양으로 장식한 화려한 보관과 관대를 쓰고 있고 얼굴은 네모나며 목이 짧고 신체는 밋밋하게 처리되어 있다. 옷은 여래식으로 입었는데 가슴 위에 주름 잡힌 내의를 묶은 끈이 보이며 그 아래로 옷자락이 늘어지면서 끝부분이 뾰족하게 마무리되었다. 그 밑으로 군의(裙衣)가 보이고 군의 위로는 몇 개의 간략한 옷주름이 표현되었다.

이런 스타일의 조선 후기 보살상들은 근래에 들어 연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순천 정혜사 관음·대세지보살좌상(1992년 9월1일), 여수 용문사 목조관음보살좌상(1993년 12월15∼16일), 구례 화엄사 지장암 보광전 목조관음보살좌상(2006년 7월4일 이전) 등이 도난 되었다. 경상도 지역은 문경 운암사 극락전 관음·대세지보살좌상(1993년 1월9일)과 군위 법주사 보광명전 목조관음·대세지보살좌상(1993년 12월4일), 안동 개목사 목조보살좌상(2001년 8월5일), 영주 영전사 목조관음보살좌상(2001년 12월23일: 2002년 1월26일 회수) 등이 경쟁하듯이 연이어 도난 되었다.

충청도 지역에서도 주지스님이 잠시 외출한 사이에 공주 갑사 관음보살좌상(1991년 9월15일)과 청양 정혜사 관음보살좌상(1999년 10월20일: 2002년 1월26일 회수, 현재 소재지 불명) 등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국보나 보물,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불상들은 사찰에서 언제 도난을 당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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