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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포르노와 보시행

  • 기자칼럼
  • 입력 2018.09.03 10:53
  • 수정 2018.09.03 14:35
  • 호수 1454
  • 댓글 0

최근 방송위원회가 한 대형 국제구호단체의 후원광고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피부가 갈라지는 희귀질환으로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후원광고에 대해 몇몇 시청자들이 고통받는 아이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장기간 보여줘 불편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후원을 이유로 광고에 등장하는 환자의 초상권 등 온갖 정보를 노출하고, 기부금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행정지도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인권보호를 위해 다른 구호단체들의 후원광고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시켜 모금을 유도하는 미디어를 흔히 ‘빈곤포르노’라고 부른다. 최근까지도 TV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빈곤포르노는 방송위 권고 결정 이후 노출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가슴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깡마른 아이의 얼굴에는 파리가 달라붙어 있고,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아이를 안은 바짝 마른 여성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이러한 광고의 목적은 모금이다. 사람들의 감성을 최대한 자극하고 측은함을 느껴 지갑을 열도록 비극을 크게 부각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왜곡과 조작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주로 다뤄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주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 빈곤포르노가 묘사하는 이미지와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현실은 동일하지 않다. 일부가 전체를 대표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 등 서구권에서는 자극적 모금방송이 인권유린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빈곤포르노가 여전히 유통되는 것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측은한 이미지가 당장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가난의 이미지를 상품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후원대상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일반화의 오류는 물론 인종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광고든 다른 방법이든 더 이상 자극적 소재와 감성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좌절과 슬픔으로 도움을 강요하기보다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어 해탈에 이르는 여섯 단계 중 첫 번째로 보시바라밀을 말씀하셨다. 특히 가장 훌륭한 보시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보시물이 모두 깨끗할 때 공덕이 가장 크다고 했다.
 

김현태 기자

불교계에는 이 같은 가르침에 따라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만드는 단체들이 여럿 있다. 교육시설 건립 및 후원, 공동작업장 운영, 공정무역, 의료시설 지원 등 대부분 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더 많은 불자가 동정심이 아닌 청정한 보시행에 동참해 더 많은 곳에서 희망이 움트기를 바라본다.


meopit@beopbo.com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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