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9차제정의 의미
32. 9차제정의 의미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8.09.04 13:28
  • 호수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극적 경지는 마음 작용 사라진 깊은 선정

색계 4선과 무색계 4선에
멸진정 더한 9단계 수행법
모든 번뇌 완전히 소멸되는
불교에서의 독특한 수행법

초기불교에서 9차제정(九次第定)이란 색계의 4선과 무색계의 4선정에 멸진정을 더해 체계적으로 통합한 9단계의 선정을 말한다.

색계의 초선에서 순차적으로 제2선, 제3선, 제4선으로 들어간 후 이어서 순차적으로 무색계의 ⑤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 ⑥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 ⑦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⑧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으로 나아가 마지막에 ⑨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가는 수행법이다. 9차제정의 마지막 단계인 멸진정은(nirodha-samapatti)은 수(受)와 상(想)의 작용이 멸한다고 하여 상수멸정(想受滅定)으로도 불린다. 이 멸진정은 신체적인 호흡 및 미세한 마음의 활동이나 작용마저도 사라진 깊은 선정을 말하는데, 상좌부에서는 열반과 동일시 되거나 무여열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9차제정의 색계 4선과 무색계 4선정은 초기경전과 율장 등의 기술들을 고려하면, 색계 4선은 붓다의 정각과 긴밀한 관계가 있고, 무색계의 4선정 중 ⑦무소유처정과 ⑧비상비비상처정은 붓다의 정각 이전의 요가적인 선정수행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아울러 9차제정은 색계 4선과 무색계 4선정을 통합한 8선정에 가장 깊은 선정단계인 멸진정을 더한 것으로 붓다가 열반에 드는 상황 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색계와 무색계의 8선정에 멸진정을 더해 9차제정으로 통합되기 이전에는 색계나 무색계의 선정요소들이 독립적인 수행법으로서 행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맛지마니카야’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①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버리고,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를 떠나 사유(尋)를 갖추고, 숙고(伺)를 갖추고 멀리 떠남에서 생겨난 기쁨(喜)과 행복(樂)을 갖춘 초선을 성취한다. ②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사유와 숙고를 멈춘 뒤, 안으로 고요하게 마음을 통일하고, 사유를 뛰어넘고 숙고를 뛰어넘어 삼매에서 생겨나는 기쁨과 행복을 갖춘 제2선을 성취한다. ③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기쁨이 사라진 뒤, 아직 신체적으로 즐거움을 느끼지만, 정념정지(正念正知)하며 평정하게 지낸다. 그래서 고귀한 이들이 ‘평정하고 염이 있고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는 제3선을 성취한다. ④행복을 버리고 고통을 버려서, 이전의 쾌락과 근심을 사라지게 하고, 괴로움을 뛰어넘고 즐거움을 뛰어넘어, 평정하고 주의집중이 깊고 청정한 제4선을 성취한다. ⑤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전히 형상의 지각들을 뛰어넘어 대상의 지각들이 사라지고 공간이 무한하다는 공무변처에 든다. ⑥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전히 공무변처를 뛰어넘어 식무변처에 든다. ⑦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식무변처를 완전히 뛰어넘어 무소유처에 든다. ⑧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소유처를 완전히 뛰어넘어 비상비비상처에 든다. ⑨비구들이여, 다시 그 비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비상비비상처를 뛰어넘어 상수멸에 들어 머물고, 지혜로써 본 후에 번뇌들이 소멸된 것을 안다.”

9차제정은 3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욕계의 탐욕을 벗어난 색계 4선에서는 모든 행(行)이 그치게 된다고 한다. 즉 ①초선에서는 언어(口行)가 멈추게 되고, ②제2선에서는 거친 사유활동(尋)이나 미세한 사유활동(伺)이 멈추게 되며, ③제3선에서는 즐거운 마음(喜心)이 멈추게 되며, ④제4선에서는 호흡마저 멈추게 된다고 한다. 요컨대 색계 4선에서는 신체적 행위와 언어적 행위가 끊어지고, 나아가 무색계 4선정에서는 순수한 정신적인 상태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미묘한 경지가 유지된다. 결국 열반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 3행(身․口․意行) 중 의행마저 사라지는 단계는 멸진정이다. 멸진정은 모든 번뇌가 소멸되는 상수멸정으로 불리며 불교의 독특한 수행법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