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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덧칠·무너트린 형체로 참모습 보이다

  • 문화
  • 입력 2018.09.12 13:52
  • 수정 2018.09.14 12:52
  • 호수 1456
  • 댓글 0

고윤숙작가 개인전 잇따라 개최
9월, 비컷갤러리 ‘MOON SICK’
10월, 불일미술관 ‘강섭월출’展
운필의 묘 서양화적 방법 표현

고윤숙 작가의 작업은 여느 작업들과 구별된다. 서양화를 바탕으로 삼고 그 위에 동양화의 붓놀림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캔버스에 덧칠한 아크릴 바탕 위 부스러기가 주는 거친 질감과 붓이 지나간 흔적은 그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고 작가의 독창성은 그가 걸어온 지난날을 닮아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2004년 첫 번째 개인전 ‘거듭나기’를 개최한 후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갔다. 그러던 중 서예를 만나게 됐고 붓의 놀림과 획이 갖는 매력에 빠져 동묵헌 자암 김장현 선생에게 서예는 물론 전각을 사사했다. 서양화에 서예의 획이 들어가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서양화에 동양화의 기법을 부여하는 것 이상의 미학적 의미를 담아내고자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에 진학했다.

‘여우인유운계사’, 순지에 먹, 133×70cm, 2018년.
‘여우인유운계사’, 순지에 먹, 133×70cm, 2018년.

이를 통해 그는 어떠한 것도 고정불변한 대상은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면 바로 상(象)이 돼버린다. 그러한 상은 곧 선입견이고 편견이기에 고윤숙 작가는 상 아닌 상, 상 너머의 그 무엇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수없이 덧칠하고 형태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반복해 진행한다.

고윤숙 작가가 서울 연희동 B.CUT 비컷갤리리와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잇따라 개인전을 연다. 10월2일까지 비컷갤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MOON SICK’이다. ‘MOON SICK’은 달이 비추는 밤 겪어야 했던 외로움과 고통, 아픔 등의 은유적 표현이며,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향해 고민하고 번민하며 노력했던 지난한 작업의 과정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밤은 위험한 시간이다. 말초신경계의 운동이 다른 양상을 띠며 잠들지 못한 이들의 상상의 세계에서는 낯설고 때로는 위험해 보이는 세계가 탄생하기도 한다. 집중해 흐트러짐 없이 붓의 운동을 익히고자 일어서고, 또다시 일어서는 순간들을 거두어들이고, 그 순간을 넘어서 가고자 한다.”

‘강섭월출-물소는 거닐고 달은 뜨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72.7×53cm, 2017년.
‘강섭월출-물소는 거닐고 달은 뜨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72.7×53cm, 2017년.

 ‘MOON SICK’은 회화와 수묵화, 서예작품을 비롯해 도자기, 다기, 전각 등 그동안 고 작가가 동양화의 획과 미학에 대해 연구하고 작업했던 내용들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로 꾸며진다. 비컷갤리리는 “작가가 작업을 한다는 것은 미지에 대한 탐험이고, 전시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결과물을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시회 ‘MOON SICK’은 기존의 완결된 목적성을 갖춘 전시와는 달리 서양화와 서예를 동시에 작업하고 있는 작가의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불일미술관 전시는 10월2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다. ‘강섭월출(牨涉月出)-물소는 거닐고 달은 뜨다’라는 주제의 이 전시는 2017년 본지에 연재됐던 ‘철학자 이진경, 선어록을 읽다’에 1년간 실었던 삽화 47점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원고를 수십번 읽고 원문을 찾아 참고하며 사유하면서 마감 시간에 맞춰 작업을 완성해 갔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모인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시간이다.

불일미술관은 “고윤숙 작가는 동양화의 붓이 가지는 엄청난 매력을, 운필의 묘를 서양화적 방법으로 끌어내고 있다”며 “동양화와 서양화를 이것과 저것의 둘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꽃으로 피워내는 그의 화엄세계에 많은 분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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