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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하지연-상

기자명 법보

아토피 치유, 층간소음 피하고자
이사한 곳에서 부처님 도량 만나
어린이법회 알게 돼 두 남매 참가
자모회 기도반 들어가 수행 시작

39, 자향화

딸은 유독 아토피가 심했다. 도심 속에서 고민은 또 있었다. 두 남매를 키우는 과정은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집과의 끊임없는 다툼으로 이어졌다. 아토피 치유, 그리고 두 아이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우리 가족은 도심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러 장소를 물색한 끝에 부산 외곽 한적한 마을로 이사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도량 부산 홍법사.
어쩌면 불교는 나의 삶 가장 밀접한 곳에 있었는데 그동안 너무 외면하고 살아왔다.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갔었고, 친정어머니는 비록 재적사찰은 없어도 늘 불교서적을 읽고 수행하는 독실한 불자였다. 그리고 남동생은 군대 제대한 후 출가하여 스님이 되셨다. 하지만 불교를 가슴 속 깊이 받아들이게 된 것은 7년 전 가을, 우연히 홍법사를 가게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은 도량의 마당에서 곧잘 뛰어놀았다. 어느 일요일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또래로 보이는 법복 입은 아이들이 음악수업도 하고, 미술수업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저 아이들은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동림 어린이법회’였다. 자주 찾는 도량의 어린이법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두 아이는 어린이법회에 자연스레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이법회 시간에 어머니들 출입은 철저하게 제한이 되어 있었다.

사실 두 남매가 어떻게 법회에 동참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고, 사진도 찍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한 이유로 어린이법회 교사에 지원한 것이 홍법사와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는 계기였다는 사실을 훗날에야 짐작할 수 있었다. 법회 교사로서 참가했던 첫 어린이 법회에서 동림 천진불들이 입을 모아 부르던 ‘보현행원’을 들었을 때 느낀 감동이 지금도 떠올리면 생생하게 밀려온다.

부처님오신날 의례적으로 방문하거나 관광지의 명소라며 찾아가는 게 전부였던 사찰.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를 하면서 홍법사는 매주 가야하는 곳이 되었다. 작은 의무감은 날이 가면 갈수록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주말이면 어디로 가서 아이들과 놀아줘야 되나 하는 고민이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물론이었다. 무엇보다 가톨릭 신자였던 남편은 매주 아이들을 지켜보기 위해 절에 오면서 종교와 상관없이 봉사를 했고,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절 행사에 참여하기를 거듭하다가 수계를 받고 불교신자가 되었다.

어린이법회 교사를 하고 있을 때, 이미 부모들의 모임인 자모회에서는 기도반을 만들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자모님들은 나에게도 같이 기도를 하자고 권유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매일 어떻게 기도를 하지?’ ‘꼭 기도를 해야만 하나?’ ‘부처님께 무엇인가 빌기 위해 절에 다니는 것이 아닌데 왜 기도를 해야 되는 것이지?’ 라는 생각이 앞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기도반에 들어가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주변의 어린이법회 교사들과 자모들이 기도반에 점점 더 많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렇게 조금은 억지스럽게 첫 100일 기도로 ‘반야심경’ 사경을 시작했다. 사경 전 삼배를 하는 등의 기본 예의도 없었다. 처음에는 매일매일 가볍게 쓰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사경이라는 것이 사경 책과 펜이 필요하고, 쓸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나의 첫 100일 기도가 된 사경은 아들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는 병실의 간이침대, 휴가를 갔을 때에는 차가 막혀 들른 휴게소 테이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게 되었다.

첫 100일 사경 후, 어느덧 바뀐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싸움닭처럼 따지기를 좋아했던 성격이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아이들에게도 강요하기보다는 이해를 먼저 하려고 노력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첫 100일 기도 후 연이어 100일 동안 ‘천수경’을 독송, 그 다음 100일은 108배 참회정진을, 다음엔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을 이어갔다. 절 횟수가 늘어나면서 저절로 절수행으로 이어졌다.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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