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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사·반민족적 행태 유발하지 마라

온 나라가 9월의 남북 공동선언에 휩쓸려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 오랜 동안의 분단, 전쟁의 두려움 속에 지내던 세월을 청산하고 핵과 전쟁이 없는 민족의 미래를 선언한 것이니 참으로 감격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감격에 차 있기만 할 수도 없는 요소가 분명 있고,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움직임 또한 있다. 그 또한 당연한 일이다. 수없이 얽힌 주변국들과의 관계, 그토록 오랜 동안 쌓아온 불신과 증오의 장벽, 이러한 요소들을 무시하고 마치 금방 통일이 온 것처럼 들떠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이러한 양면성에 갈팡질팡하면서, 민족사를 가름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 방향성을 상실하거나, 반역사적, 반민족적인 행태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민족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에는 공감을 해야 하고, 이 중요한 계기에 하나의 힘이라도 더 보태야 한다는 뚜렷한 지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는 몇 개의 기준점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너무 급격한 움직임에 대한 경계와 우려, 북한에 이용만 당하고 우리가 얻는 것이 무어냐는 비판, 반공이념의 실종 등에 대한 비판 등의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방법론과 방향성은 올바로 설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우리 주변국들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여러모로 더 유리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도움을 통해 통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며, 그들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의 당위성과 추진력을 우리 민족 스스로가 이끌어 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남과 북이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은 통일을 향한 진정한 첫걸음이다. 계속 이 점이 강조되고, 필요하면 열두 번이라도 더 만나고, 수많은 방식으로 이 점을 국제적으로 천명하여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전쟁을 바라지 않으니, 한반도에 전쟁을 유발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의 공동선언은 그러한 의지를 천명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남북이 이렇게 평화를 선언하게 되면 외부의 어떤 국가나 세력도 그 당위성을 부인하기 힘들게 되고, 그것이 바로 평화통일의 기본 조건이 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는 분리시킬 수 없는 문제이면서도 실은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바람과 요구는 비핵화가 중심이다. 그들이 한반도의 전쟁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또한 적극적으로 완전한 평화정착에 나서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해 가는 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평화를 실현해 가고자 한다. 핵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해결될 것을 분명히 약속한다”는 큰 원칙과 전망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주변국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한편으로는 평화정착을 이룩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분명하게 핵을 없애는 과정을 진실하게 밟아 나가야 한다. 그것이 핵문제를 우리 남북이 힘을 합해 주도적,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길이다.

핵 문제로 한반도에 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평화정착을 지향하는 의지와,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는 과정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이다. 이번의 공동선언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번 선언에 대한 비판도 그 구체적 실현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각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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