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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단 수석부단장 김용수 포교사-상

기자명 김용수

불연의 끈 이어준 ‘천수경’과 노보살 은혜

사자암서 본 노보살의 ‘천수경’
불교대학 청강생 입학 인연 돼
화두참구·선방순례 참선 30년
차를 달리는 법당 만들어 정진

64, 정법

20대 중반 때였나.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기 위해 사자암으로 동행했다. 난 암자 밑에서 기다렸다 같이 돌아오곤 했다. 불현 듯 삼배라도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자암에 올랐고, 노보살들이 ‘천수경’을 보지도 않고 염송하는 소리를 들었다. 갑자기 부끄러웠다. 시간만 나면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외우다가 틀린 글자는 없는지 아내에게 점검 받으며 절반을 외웠다가 잊고 다시 처음부터 외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불교에 젖어들었다.

어느 날, 사자암의 노보살 손에 이끌려 목적지도 모르고 따라나선 곳이 있었다. 이리불교대학이었다. 일우 스님이 학장이었다. 입학 접수가 끝나 있었다. 하지만 노보살은 “젊은 사람이 부처님 공부를 해야 한다”며 청강생으로 접수시켰다. 이듬해 불교과에 정식 입학했고, 5기로 졸업했다. 노보살의 은혜를 잘 회향하고 싶었다. 노보살처럼 불자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발원하고 발원하자 내 삶의 원력이 됐다. 먼저 자신부터 담금질해야했다.

그 무렵 불교대학 동기들과 관음사에서 참선을 했다. 참선 초심자였던 나는 한 시간을 버티기 어려웠고, 일우 스님 안내로 완주 비봉 홍련암의 대선 스님을 찾아 매주 토요일 오후 9시부터 일요일 새벽 3시까지 화두를 들었다. 5년 후 법명 ‘정법(正法)’을 받았다. 그곳에서 10년을 참선했고, 스님은 다시 ‘만법귀일 일귀하처’를 화두로 삼으라고 일렀다.

익산에 선우회라는 참선모임과 1주일에 한 번씩 선방 만행을 하기도 했다. 대둔산 태고사 도천 스님의 “참선이 무엇인고?”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기억, 그날 철야를 허락받고 정진한 뒤 맞이한 새벽의 절 앞마당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내변산 꼭대기에 있는 월명암은 두 번째 방문한 자리서 노스님을 뵀다. 노스님은 법당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홀로 기거했다. 돈보다 쌀 시주가 중요했고, 수차례 쌀 포대를 이고지고 암자에 올라 공양했다. 백양사 운문암도 찾았으나 재가불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공양주에게 선방 문고리 한 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공양주 안내로 정말 문고리만 잡아보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 아래 암자에서 정진을 했다. 지금도 그립다. 하룻밤 정진하고 싶은 꿈이 남아있다.

선방을 순례하면서 자신과 약속했다. ‘천수경’ 말씀을 따라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불법승 삼보와 천룡이 내려오시도록 먼저 몸소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일은 어디를 가든 내 소임이 되었다.

하지만 참선을 30년 했다고는 하지만 불교에 대해 아는 바가 적었다. 이리불교대학 19기로 재입학했다. 노보살 은혜를 떠올렸다. 포교사고시에 응시했지만 처음엔 낙방했다. ‘반야심경’ ‘천수경’을 달달 염송하고 일례를 볼 정도였지만 낙방했고 다른 응시생들은 합격했다. 충격을 좀 받았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이듬해 당당히 포교사 품수를 받았다.

누가 운전하고 다니면서 언제 기도하고 염불하느냐 물으면 “시간에 늘 쫓기네요….”라고 하지만 ‘처처불상 사사불공’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용달을 운전하는 내겐 트럭이 법당이고 기도처다. 새벽이면 승차해서 기도하고 염불하며 경기도 여주,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향한다. 이만한 극락이 없다. 차 안에서 어깨춤 추며 염불하는 기분을 누가 알까. 왕복 네다섯 시간 동안 일심으로 염불하면 피곤함도 잊는다.

하지만 이리불교대학 학생처장 소임을 맡은 6년 동안 내 공부도 절감했다. 디지털대학서 사회복지와 상담학을 공부했고, 전문포교사에 도전했으며 노보살의 은혜를 회향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rladydtn002@naver.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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