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치질과 밤참
35. 치질과 밤참
  • 강경구
  • 승인 2018.10.01 14:17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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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과 무관심 속에 은밀히 건강 갉아먹는 주범

현대인의 대표적 질환 치질
감추기 급급해 결국 수술대
역류성식도염·위궤양도 급증
자제 못한 밤참이 주요 원인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이 소화기 질환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은밀하고 숨겨져 있으면서 치료를 잘 받지 않으며, 치료할 생각조차 않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질이다. 치질은 숨기고 싶은 질병이다. 그러나 치질은 절대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유교국가 전통이 남아 있어 질병에 걸린 사람을 도덕적 결함이 있는 소인배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물며 ‘치질 항문병’은 거룩한 선비의 체면을 손상시킨다고 하여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나 질병은 드러내야 치료할 수 있다. 환자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진찰하려는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다. 환자가 직접 표현을 하지 않아 주변을 탐문하다 눈치로 ‘환자가 치질에 걸렸구나’를 짐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눈치로 때려잡는 것과 속 시원히 털어놓고 질병에 대한 정보를 의사와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빨리 치료할 수 있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 젊은 여성들도 남자의사 앞에서 서슴없이 먹는 피임약을 요청하고, 질염이나 냉병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니 치질과 항문에 대한 이야기를 입 꼭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다.

치질은 약물로 치료하는 병이다. 내과에 와서 간단히 약물로 치료하면 아프지 않고, 피도 나지 않으며, 시원하게 배변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몸이 상쾌하고 일도 잘 풀리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불편하지 않게 된다.

수술을 하지 않고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니, 더 이상 두려움을 갖지 말고 당당히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 필자 역시 수술하기 싫어서 약으로 치료에 성공한 사람이다. 이렇게 수술 않고 약으로 치료에 성공한 사람 이야기는 경청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게 두려워 감추기에 급급하면 결국 수술밖에 치료 방법이 없다. 더 이상 감추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를 찾아 치료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치질이 숨어서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의 건강을 갉아 먹는 것이라면 역시 은밀하게 건강을 서서히 침몰시키고 있는 것이 밤참이다. 밤참은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몸을 해하는 독풀로 불린다. 밤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밤참이 정신 동력을 상승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나 밤참은 극히 제한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하여야 하는 양날의 칼과 같다. 밤참은 1주일에 1회 이내로 한정해야 한다. 밤참은 ‘역류성식도염’과 가슴이 콱 막히고 답답하게 만드는 ‘협심증’ ‘과민성대장증후군’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의 원인이 된다. 또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부작용과 합병증을 양산한다.

병원클리닉에 내원하는 분들의 상당수가 밤참으로 인한 합병증과 부작용으로 고통에 시달린다. 다행히 약물치료로 치유할 수도 있다. 밤낮없이 사람을 상대하고 그로 인해 밤에도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분들도 있지만, 밤참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밤참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몸을 조금씩 망가트리는 독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강경구 의학박사·열린서울내과의원 원장 sudongzu@daum.net

 

[1458호 / 2018년 10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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