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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재의 계절

잘 익은 오곡을 걷는 가을의 마지막 달 만추(음력 9월)가 열리고 있다. 만추는 무사히 추수하게 된 것을 천지신명과 원대조상님께 감사하며, 그분들과 외로운 영혼들을 두루 초청하여 제사를 베푸는 때이기도 하다. 이것을 하는 대표적인 의례로 불교수륙재가 있다. 현재 서울 진관사, 동해 삼화사, 마산 백운사의 세 곳 사찰에서 거행하는 수륙재를 국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그 탁월한 문화적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다. 오는 10월13, 14일에는 진관사와 백운사의 수륙재가 열리고, 10월26~28일의 3일간에는 삼화사의 수륙재가 진행된다. 세 곳의 수륙재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규모도 방대하고 화려하여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외의 여러 사찰에서도 수륙재 예수재 용왕제 등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륙재는 6세기 초 중국 양나라 무제가 시작하였고, 우리의 경우 10세기 중엽의 무차재회가 그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불교 수륙재에는 중국의 그것과 달리 한국적인 특징이 많이 담겨 있는데, 한국적인 범패와 작법무용, 지화와 번으로 장엄되는 설단 등이 그것이다. 한국 전통의 음악, 무용, 미술 등 독특한 양상이 있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수륙재는 ‘수륙무차평등재회’ ‘천지명양수륙재의’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 등 긴 명칭의 약칭인데, 의미와 공능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다. 명칭의 ‘물’이라는 의미 때문에 용왕제와 같은 의식으로 이해해 물가에서 행하기도 하고, ‘수륙’은 ‘성인과 범부’의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에는 ‘수륙’은 육도 일체중생의 의보(依報)처로서 두 곳의 중생은 고통이 거듭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지할[제사를 올릴] 후손이 없는 외로운 영혼[無主孤魂]을 구원하는 수륙재의 설행 의미와 잘 부합되는 설명이다. 수륙재는 재회[음식 등을 베푸는 의식]에 공양 올릴 대상을 초청하고, 공양을 베풀고 소원을 빌고, 끝에는 초청한 존재들을 돌려보내는 삼단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주 대상은 무주고혼이지만 설판재자나 동참재자의 조상과 무주고혼들에게 왕생극락의 공덕을 지어주기 위해 삼보님과 신령한 성현을 청해 공양을 올린다. 이를 위해 영혼을 모시는 시련과 대령, 초청한 이들을 목욕 시키는 관욕의식이 행해지고, 수륙법회가 열리게 되었음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사자(사신)를 초청하여 부탁하는 의식, 초청한 일체 존재들이 수륙재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섯 방위의 책임자를 초청하여 길을 열어줄 것을 부탁하는 의식, 삼보, 신중, 고혼 등 상중하의 존재를 불러 청하는 의식이 화려하게 장엄된 도량에서 범패 작법 춤 등으로 장중하게 펼쳐진다.

수륙회는 다양한 존재들을 초청하여 공양하는 의례이므로 가장 짧은 형식으로 진행해도 낮에서 밤까지 1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에 ‘법화경’을 설법하는 영산법석[영산재]이 더해지면 오전에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까지 진행되어야 한다. 진관사 수륙재는 ‘낮재’와 ‘밤재’라는 이름 아래 2일간에 걸쳐 열리고 있고, 삼화사수륙재는 3일 동안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추수의 계절 만추[10월]와 수륙재를 어떻게 맞이해야 의미 있을까. 수륙재는 반승[飯僧, 스님 공양]과 배고픈 이들에게 음식을 베풀어[施食] 업장을 참회하는 참법으로 시작된 의례로, 재시‧무외시‧법시가 시설된 수륙재를 통해 대승보살의 수행도인 육바라밀의 첫째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이다. 햇곡식을 거둔 가을에 천지신명과 선대조상께 감사의 제사를 올리고 동시에 외로운 영혼들을 초청하여 보시하고 회향하는 신심이 화려하게 꽃피는 수륙재, 한국불교 고유의 전통 음악과 무용과 미술이 장엄하게 수놓는 한국불교의 대표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 수륙재가 열리는 도량을 찾아 수륙재에 참여해 무사히 추수[소득]한 데 대해 일체에 감사의 공양과 시식을 하며, 공덕을 회향하며 나를 닦는 육바라밀을 실천해 보는 것도 의미 있게 만추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 초빙교수 woochun50@naver.com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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