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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속 한 구절에서 고난 극복할 지혜를 얻다

  • 불서
  • 입력 2018.10.08 14:01
  • 호수 1459
  • 댓글 0

‘경전의 힘’ / 정운 스님 편역 / 담앤북스

‘경전의 힘’

중국 명나라 때 이름난 선승 ‘묘협’ 스님이 일반 대중들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지침으로 설한 내용 중 하나인 ‘보왕삼매론’에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처세불구무난, 處世不求無難)’는 구절이 있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교만심과 사치심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환란을 해탈에 이르는 소요(逍遙)로 여기라’고 처방한다. 즉, 근심과 곤란을 해탈의 길잡이로 삼아 세상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살이에 곤란한 일은 중국 명나라 때뿐만 아니라, 부처님 재세시부터 지금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때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 항상 있어왔다. 지금도 보통 사람들의 삶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푸시킨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한 것도 다르지 않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곤란한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세계를 ‘사바’라고 한다. 사바세계란 인간으로서의 삶이 힘들기에 참고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에 인생은 늘 불안의 연속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살면서 좌절할 때가 적지 않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반대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삶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때문에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이후 많은 가르침을 통해 인간으로서 참된 길이 무엇인지, 최선의 삶이 어떤 것인지, 대인관계에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알려줬다. 부처님 가르침을 옮긴 경전 속 한 구절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생에서 등불이 되고 살아갈 힘을 주는 이유다.

‘경전의 힘’에는 지금의 내 삶이 처한 곤란한 일들에 답을 주는 고전 중의 고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근 ‘도표로 읽는 경전입문’을 펴냈던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정운 스님이 삶의 등불이 되어줄 경전 속 가르침을 엮었다. 여기에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빈자일등’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등 불교 경전 속 명구를 마음에 새기고 시의 적절하게 인용하는 문재인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사랑한 구절부터 영화나 소설에 인용된 문구, 선사들의 통찰까지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명언과 그 배경지식도 담겨 있다.

‘숫타니파타’의 “혹 진실하고 덕 높은 벗을 만나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한 번 점령한 땅을 미련 없이 포기하듯 홀로 자유로이 살아가라. 큰 코끼리가 홀로 숲속을 거닐 듯이”라는 표현을 빌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지금의 내게 갈등은 존재하지 않아. 고독 속을 걸으며 악을 행하지 않고 바라는 것 없는 숲속의 코끼리처럼”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정운 스님이 경전 속 가르침을 키워드별로 길어 올려, 현재의 내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경전의 힘’으로 엮었다.

세상살이 근심, 혹은 행복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가정에서 부부간 역할에 대해서도 부처님은 경전을 통해 이렇게 전하고 있다.

“장자의 아들이여, 남편은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서쪽 방향인 아내를 섬겨야 한다. 존중해 주고, 얕보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권한을 넘겨주며, 장신구를 사 준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남편은 서쪽 방향인 아내를 섬긴다. ‘디가니까야’”

“장자의 아들이여, 그러면 아내는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남편을 사랑으로 돌본다. 맡은 일을 잘 처리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가산을 잘 보호하며, 모든 맡은 일에 숙련되고 게을리 하지 않는다. ‘디가니까야’”

저자는 품격과 우화, 비유적인 매력을 고루 갖춘 경전 속 가르침을 키워드별로 길어 올리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고독’을 시작으로 ‘자유’ ‘자아성찰’ ‘친구’ ‘부부’ ‘소유’ ‘조언’ ‘충고’ ‘부’ ‘분노’ ‘사랑’ ‘참회’ ‘인권’ 등 현재 내가 겪는 고난의 상황과 감정에 맞춰 키워드로 경전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읽는 동안 부처님 숨결이 살아 있는 아함부 경전부터 단박과 해학이 깃든 선사어록까지 경전 순례를 하며 삶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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