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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미완의 과제 ‘9·7해인사 승려대회’ 결의

기자명 이병두

불교 자주화·사회 민주화를 외치다

1986년 열린 3번째 승려대회
전국 내로라하는 스님들 동참
전두환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

‘9·7 해인사 승려대회’에서 스님들이 ‘사찰 관광지화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9·7 해인사 승려대회’에서 스님들이 ‘사찰 관광지화 반대’ 팻말을 들고 있다.

1983년 조계사와 1984년 해인사에 이어 1986년 9월7일 가야산 해인사에서 또다시 승려대회가 열렸다. ‘9·7해인사 승려대회’ 로 불리는 이 대회에는 스님 2000여명이 모여 ‘불교관계 악법 철폐’ ‘불교자주화’ ‘사회민주화‧조국 통일’을 요구했다. 당시 해인총림 부방장 혜암 스님의 법어로 시작된 대회는 집행위원장 월주, 준비위원장 종하, 대회장 법전(당시 해인사 주지) 등 내로라하는 스님들이 주요 역할을 맡았고, 이는 이 대회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대회에서는 전두환 독재정권 아래 신음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민족 자주권 수호를 위한 불교의 사회참여를 천명하고 선언문 낭독,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과 발원문 및 결의문 채택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결의문 낭독 중 김제 금산사 지광 스님이 오른쪽 손가락 4개를 잘라 ‘불자여 눈을 떠라’라는 혈서를 썼고, 이에 자극받은 스님들 여럿이 함께 혈서를 써서 결의를 다졌다. 혈서가 이어지게 된 것은 당시 승단에서 불교와 사회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증거가 아닐까.

이날 채택한 결의문에서는 정권에 대해 “①불교관계 악법 즉각 철폐 ②실질적인 경승 내규 즉각 제정 ③사원의 관광·유원지화 즉각 중지 ④(5·3인천사태로 구속 중인) 성연 스님 즉각 석방 ⑤부천경찰서 성고문의 진상 규명 ⑥총무원 및 각 사찰의 기관원 출입 즉각 중지 ⑦교과서 왜곡과 편파성 즉각 중지 ⑧ 언론의 편파·왜곡보도 즉각 시정 ⑨민족경제 침탈하는 수입 개방 즉각 중지 ⑩10·27법난 책임과 해명”을 요구했다.

이 사진은 대회에 참석한 스님들이 “신성한 사원을 관광화시키지 마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이다. 누군가가 매직펜으로 쓴 이 구호는 1970년대 후반 이후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게 된 불교계가 “이렇게 가다간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다른 결의사항은 거의 정권에게 요구하는 것이지만, 이 문제는 오히려 내부로 향한 요구와 몸부림의 성격이 컸을 것이다. 정부가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 입장료를 도입해 불교를 정권에 예속시키고 ‘돈’이라는 ‘꿀맛’에 매달리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한 불교계 책임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간이 흐르면서 불교관련 악법 문제는 ‘불교재산관리법’을 폐지하고 ‘전통사찰보존법’을 제정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또 10‧27법난 해명과 정부 책임 문제를 비롯한 다른 사항들도 해결되고 기관원 출입 문제는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완전하게 이루어졌지만, ‘사찰의 관광지화’는 더욱 심각해져 가는데 길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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