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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단 동부어린이청소년팀 장영보-상

기자명 장영보

전도사 되려다 포교사 길로 유턴한 열혈 불제자

20대 초반에는 열혈 기독교신자
어머니 죽음·사업 어려움 겪으며
깊은 슬픔·외로움·허망함에 좌절
불암사 참배 뒤 삶의 방향 바꿔

58, 일심지

10여년 전, 난 기독교 신자였다. 부처님 법과 만나 신심 있는 불자로 거듭난 것은 불과 10년 정도다. 수많은 시련과 역경, 시행착오와 탐진치에 가득 물든 모진 세파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감사한 인연들이 많다. 국화 한 송이 꽃 피우기 위해 밤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슬피 울었다던 서정주 시인의 시어가 떠오른다.

‘열혈신자’였다. 20대 초반 교회에 다니면서 주일학교 교사와 성가대 활동을 했다. 미션스쿨을 나왔고 동기들끼리 ‘임마누엘’이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일일찻집으로 마련한 수익금은 선교에 썼다. 영등포구치소와 고아원에서 진행 중인 레크리에이션과 복음성가 수업 등에 필요한 비품을 사보내기도 했다. 목사는 전도사가 되라고 권유하곤 했다.

졸업 후 어머니가 다니는 작은 개척교회를 다녔다. 뭔가 부족했다. 나를 더 채워줄 설교가 그리웠다. 영락교회를 찾아가 짧게나마 신학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어머니가 쓰러졌다.
어머니는 혈압과 중풍으로 몸에 마비가 왔다. 한쪽 몸을 아예 쓰지 못했다. 온 식구들이 매달려 간호해야 했다. 급기야 모든 일을 접고 퇴근 후 어머니 옆에서 간호에 매달렸다. 그 5년 세월은 돌이켜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어머니는 세연을 접었고, 남은 내 인생은 허망으로 가득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쓸쓸함, 외로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정말, 불현듯 부처님과 인연이 닿았다. 직장 선배가 불암사에 함께 가자고 했다.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고통과 그 고통을 어떻게 위로 받았는지 들려줬다. 불암사에서 기도한 뒤 부처님 가피를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 지금 내가 밑질 게 뭐가 있나. 한 번 가보자!”

내 인생이 비상등을 켰다. 기독교로 흘러들어가고 있던 삶이 급정거했다. 유턴이었다. 도량에 들어서는 순간부터였다. 미묘한 글귀가 시선을 붙잡았고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지쳐있던 내 마음이 송두리째 들킨 것 같았다. ‘보왕삼매론’에 이어 ‘법구경’과 ‘부모은중경’…. 부처님 말씀이 생명의 양식 같았다.

“여기다!” 신심의 싹이 텄다. 하지만 절하는 방법도 모르는 완전 초보였다. 도량에서 지켜야할 예절도 몰랐다. 부처님은 물론 모든 신도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더더욱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어리둥절하고 어색했다. 법당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뭐냐고 질문하고 무조건 테이프 3개를 구입해 집에 왔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평온했다. 가라앉은 슬픔 위로 담담히 지나간 일들이 스쳐갔다. 그동안 왜 방황을 했을까. 참회의 눈물이 났다. 20대 시절,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동시에 아버지의 새 반려자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회사를 퇴직하고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또 다른 시련이 됐다. 너무 욕심을 냈다. 보살집과 철학관에 드나들었다. 다녀오면 꼭 후회했다.

불암사 이후 달라졌다. 즐겨 찾던 용마산 중턱 작은 암자에 무심코 들어갔다. 법당에 용기를 내고 들어가 절을 올렸다. 어색했지만 그냥 했다. 108배라는 숫자와 관계없이 매일 찾아가 절을 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 ‘왜 이제 왔어. 고생 많았다’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석 달 정도 지났을까. 마당에 비구니스님이 서 있었다.

스님과 상담한 뒤 말없이 절하며 기도를 이어갔다. 선택의 지혜를 간곡히 염원했고, 결과적으로 부처님 제자가 되겠다는 약속은 지켜졌다. 전도사의 길로 들어서려던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포교사가 된 것이다. 암자에서 기도는 계속됐지만 부처님의 삶을 너무 알고 싶었다. 주위에 수소문했고 불교대학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umberto4011@naver.com

 

[1459호 / 2018년 10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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