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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종교 정책에 문제 있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18.10.20 22:17
  • 수정 2018.10.21 06:35
  • 호수 1462
  • 댓글 16

[특별기고]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자 법보신문 논설위원이 10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예방 및 미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종교 정책에 문제 있다’는 글을 보내왔다. 이에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바티칸 미사 장면.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바티칸 미사 장면.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혁명으로 세워졌다’라고 평가하면서 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나도 2016년 연말 거의 매주 말에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에 동참했고, 심지어는 말기 암으로 고생하던 아내도 여러 차례 그 자리에 함께 하며 “하루 빨리 대한민국이 바로 서게 되기를!” 기원하였으므로 정권이 성공하고 우리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를 고대한다. 이제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이 가까워오는 시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분야가 많이 있지만, 솔직히 “좀 더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평가를 유보하는 분야도 있다.

문대통령이 취임한 뒤 곧바로 미국‧중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과 독일 등 주요 국가에 특사를 보내는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로마교황(왕)청에까지 현직 가톨릭 신부를 대통령 특사로 보낸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모두 잘 알듯이 중남미 국가들과 스페인 ‧ 포르투갈처럼 전 국민의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으리라고 보지만 대한민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가톨릭 측에서는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한 사이 평화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면서 이 특사 파견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이러한 해명이 이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 다음 청와대로 신부와 수녀들이 들어가서 축복 기도를 해준 사실이 연합뉴스 등 언론에 공개된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관사로 입주하기 전에 사저 인근 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린 것으로 아는데, 실은 그 정도에서 마쳐야 옳았다. 물론 대통령에게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개인 사생활이 있고 특히 종교와 신앙의 자유는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개인 문재인보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 동시에 책임도 그에 비례하여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무거워지는 ‘헌법 기관’이기 때문이다.

2016년 주말마다 광화문 촛불 현장 동참
문 정부 잘한 것 많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
로마 교황청에 대통령 특사 보낸 것이나
청와대서 신부·수녀 축복기도도 그중 하나

대통령 미사 장면 생중계는 ‘과불여불급’
청와대 관계자 ‘교황 알현’ 표현 부적절
방북특별수행단에 천도교 뺀 것도 큰 실수
‘김영삼·이명박 종교편향’ 교훈 잘 새겨야

취임 초기 인기가 치솟았던 김영삼 대통령이 국군중앙교회 예배 참석 등으로 앞장서 종교 갈등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목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까지 일어나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던 ‘교훈’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이 보기에 현재 문대통령 인기가 높아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기는지 모르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대통령의 종교 문제가 정치‧사회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이슈와 달리 종교 문제는 국민들이 감성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해결되기 매우 어렵고 그 후유증이 오래 간다는 사실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이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주선하는 일은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박수를 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바티칸 미사 장면을 국내에 TV로, 그것도 공중파 방송사까지 나서서 생중계를 한 것은 ‘과불여불급(過不如不及-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말에 정확하게 해당한다. 게다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교황 알현을 마치고 나왔던 문 대통령이 ‘밝은 표정’이었다”고 전하였다고 하니, 이 대목에서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어사전에서 알현(謁見)은 ‘지체가 높고 귀한 사람을 찾아가 뵘’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 대통령은 조선시대 왕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의 명‧청(明淸) 황제로 높이 본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교황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에는 알현보다도 더한 존경의 표현을 써도 관계가 없겠지만 임기 중에는 결코 그럴 수 없다. ‘교황 예방(禮訪)’ 정도로 했어야 맞았을 것인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알현’이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에 이미 청와대가 종교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담겨 있다.

문대통령 내외가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면 이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낮지만 그들이 독실한 가톨릭교도이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높고 괜한 정치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왜 가톨릭 편향적이냐?”는 볼멘 목소리들이 안 나올 것 같은가. 게다가 지난 9월 방북 특별수행단에 꼭 들어갔어야 마땅한 천도교 대표를 포함시키지 않아서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해당 부처의 ‘판단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그리고 평양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남북한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하면서도 3.1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천도교를 배제한 채 당시 그 거사를 철저하게 외면했던 종교계 대표가 상황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참모진들이 저지른 이런 실수들(?)이 대통령의 종교 문제로 비화되면 걷잡을 수 없는 갈등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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