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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인가 진실한 가톨릭 신자인가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10.22 17:20
  • 수정 2018.10.22 18:17
  • 호수 1461
  • 댓글 6

바티칸서 미사 하는 대통령 보며
우리나라에 미칠 종교적 파장 염려
능동적 아닌 불교 현실 가슴 아파

젖혀둔 창으로 들어오는 찬 기운에 놀라 잠을 깨어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가을에 잠들었는데 겨울이 되어서 일어난듯 했다. 계절이 아니라 이번에는 내가 지금 삶의 어디쯤에서 무얼 하면서 헤매고 있는지 당황스러웠다. 밤중에 잠을 자다 차가운 기온에 잠을 깼다고 해도 갑자기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지 잠시 후에야 알 것 같았다. 지난밤 잠들 때가 문제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바티칸에 가서 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잠이 들었다. 밤새 그 무의식의 꿈이 나를 엄습했나보다.

지난밤 우리나라 대통령이 바티칸공화국을 방문했다. 현 남북문제를 어떻게라도 해결하려 동분서주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할 때와 달리 바티칸 방문은 남북문제의 현안을 비중 있게 생각하더라도 내겐 대통령의 개인적 종교관이 자꾸 클로즈업 되었다.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하는 평화미사가 마치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당당히 선교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고의로 그러한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교황을 만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 명의 진실한 신자의 모습으로도 비춰졌다. 물론 국가를 위해서 남북평화를 위하는 쏟는 열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대통령의 방문과 교황과의 만남은 세계에 전해지는 남북평화를 위한 몸부림을 고스란히 전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치는 종교적 파장은 실로 엄청날 것이라 생각되었다.

개화기 때 서구의 물질문명 앞에 무참히 침몰당해야 했던 조국의 모습 앞에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과 종교는 당당히 맞서지 못했다. 한 세기 지나지 않아 이제는 서구종교의 신앙인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나라의 통수권자가 되고 있다. 한국은 종교자유국가이고 정교가 분리되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것이 참다운 신앙인이고 보면 엄밀히 분리하도록 강요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오래된 생각이 다시 엄습한다. 누군가에게 불교적 믿음을 불어 넣고 신행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고,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자신이 배우고 믿는 불교적 가치관을 펼쳐 나가는 불자들을 양성하고 싶었다. 불교적 가치관으로 신념에 찬 불자가 남북평화를 위해 손 모아기도 하는 날이 언제쯤 펼쳐질 건가?

지금 포교 현장은 참으로 힘겹다. 뜻깊은 스님들은 내면의 완성을 위해 더욱 산속 깊이 들어가 있고, 저잣거리에는 뜻 잃은 출가자들이 혼란을 더하기 일쑤다. 자신의 신앙적 신념을 잃지 않고 사회의 많은 곳에서 희망을 심어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고, 그러한 인연의 끈을 민족의 평화를 위해 펼치려하는 불자를 길러내지 못하고 우리사회에 큰 뜻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불교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며 잠들었던 것이다.
 

성원 스님

창을 닫았다. 창을 닫아도 마음으로 잃어버린 체온은 쉬이 달아오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시 잠들지 못한 밤은 혼자서 길이만 더하고 있다.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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