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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 치료

기자명 이제열

불법과 관계없는 망상에 불과할 뿐

수행중 기가 열릴 징조 보이면
즉시 멈추는 것이 참다운 불자
기로 만병통치, 착각도인 불과

강의를 듣기 위해 온 불자들과 점심공양을 하는데 한 분이 자신의 가방 속에서 약봉지를 꺼내든다. 머리가 늘 지끈거려 지어온 약이란다. 그런데 약을 먹는 모습이 기이했다. 약 봉지가 약국에서 처방한 게 아니라 조그맣게 손으로 만든 거였다. 그는 꺼낸 약봉지를 마시고 있던 물 컵에 털어 넣는데 빈 봉투였다. 그래서 물었다.

“아니 약봉지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약을 먹는단 것입니까?”

그 분 대답이 기가 막혔다.

“이 약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도통하신 스님으로부터 받은 약인데 여기에는 그분의 기(氣)가 들어 있습니다. 그 스님은 미륵불로부터 직접 기를 받고 그 기를 저에게 대신 전해 주십니다.”
“그래서 그 약을 먹으니 머리가 좀 맑아지십니까?” “많이 좋아졌고요, 몸도 편안해졌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병이 호전되고 몸도 좋아졌다는데 괜한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불교라는 미명하에 비일비재하게 행해진다. 서울에 사는 어떤 노보살님은 관음기도를 하다 관음을 친견하고 그 기를 전수받았다고 하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을 눕혀놓고 주물러서 치료를 한다. 호기심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내로라하는 큰스님이 배를 드러낸 채 그 노보살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를 받으려고 순번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런 식의 치료는 비단 불교라는 이름 안에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는 신의 은사라는 이름을 빌어 기치료를 행한다. 내가 아는 목사는 일찍부터 성령의 은혜를 받았다면서 환자들을 치료한다. 기도와 함께 손을 환자의 환부에 갖다 대면 환자가 성령의 불기운을 받아 완치된다고 한다. 더러는 그 기로 귀신을 쫓는다하여 환자를 마구 때린다. 실신하거나 심지어는 죽기도 한다. 미륵불이나 관음의 기보다는 예수의 기가 더 센지 치료하다 죽는 예는 거의 기독교에서 나온다.

이런 식의 치료가 병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가끔 치료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에 따라 기를 일부러 훈련하지 않아도 기가 열리는 수가 있다. 기도를 열심히 하거나 참선을 많이 한 사람들 중에 기가 열리는 일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데 기가 발동하여 몸이 움직인다. 이를 자발공(自發功)이라 하는데 때로는 이것이 사람을 폐인으로도 만든다. 몸이 까닭 없이 달아오르거나 저절로 움직여져 일상생활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남의 병이라도 치료해 주는 차원이라면 다행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도나 수행에서 생긴 저런 식의 기를 무슨 대단한 경지라도 얻은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도둑을 아들로 오인하는 격이다. 미륵불이나 관세음보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잡스러운 기운에 불과하다. 기도나 수행하는 사람에게 만약 기가 열릴 징조가 보인다면 즉시 그 일을 멈춰야 한다. 만약 그 기가 삶에 장애를 일으킨다면 얼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한다. 기특하게 여기고 방치했다가는 인생을 망친다.

수행이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예수 믿다 미친 사람이 되기도 하듯이 기도수행 잘못하면 정신이 망가지든지 육체가 망가진다. 주변에 기 어쩌고저쩌고 하는 사람치고 정상적인 사람을 별로 못 보았다. 수염 기르고 지팡이 짚고 부채 들고 도포자락 휘날리며 다니는 부류들, 거의 기와 연결되어 있다. 자기착각 속에서 ‘도인’ ‘진인’하면서 사이비교주로 행세한다. 나는 기 수련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기를 가지고 치병을 한다든가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몸에 기가 열리지 않고서는 견성할 수 없다거나, 우주의 기와 자신의 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거나, 어디로부터 기를 받기도 주기도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깨비 권속들이니 결코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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