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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총림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

“부처님처럼 되겠다는 믿음은 도의 근원이자 공덕의 어머니입니다”

신심, 나도 부처될 수 있다는 믿음
불교가 어렵다고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행복 포기하는 것과 같아

화엄경, 부처님 깨닫고 바로 설한
가장 원만하고 지혜로운 가르침
경전 늘 읽어 마음에 새겨질 때
우리 삶은 행복으로 나아갈 것

지현 스님은 “우리는 행복하게 살려고 하면서도 어리석기 때문에 불행의 씨앗을 뿌리면서 불행하게 사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행복의 조건만 생각하고 불행의 조건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지현 스님은 “우리는 행복하게 살려고 하면서도 어리석기 때문에 불행의 씨앗을 뿌리면서 불행하게 사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행복의 조건만 생각하고 불행의 조건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에게 ‘화엄경 십회향품’을 말씀드릴 수 있게 한 인연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생각합니다. 부처님 경전 전체가 다 그렇지만, 특히 ‘화엄경’은 금구성언(金口聖言), 즉 황금의 입으로 하신 거룩한 말씀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금구에서 강조하는 그 말씀은 무엇일까요? 누구든지 경전의 한 구절을 읽고 믿음과 이해와 실천행을 이룬다면 우리도 부처님과 똑같은 거룩한 삶을 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한 생명의 가치, 부처님의 성품을 드러내어서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화엄경’ 80권을 계속 뒤지고 뒤져도 그 내용은 신심과 원력으로 선근을 닦고 선근을 이웃으로 회향하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법문을 들을 때에는 신심이 생기지만 문을 나서는 순간 신심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법문을 듣는 자리에서 옆 사람이 조금만 말을 하거나 불편하게 해도 신심이 무너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공덕을 이룰 수 없는 것이고 불도를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이 황금의 입에서 나오는 반야지혜라는 사실에 대한 믿음을 굳게 갖게 된다면 물러나지 않는 신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부지런히 잡념이 들어가지 않게 이어간다면 누구든지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신심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신심은 모든 선법을 길러내고, 모든 의심의 그물을 잘라버리고, 애욕으로 흐르는 길을 끊어버립니다. 신심은 열반으로 가는 가장 높고 거룩한 길을 열어 보입니다. 우리가 평생 수행하는 것은 신심 때문입니다. 신심이 있으면 부처님 세계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 원력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행복으로 가는 길, 부처님과 함께 수행하는 공동체가 행복을 향해서 간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나도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가르침에 대한 믿음은 나도 부처님과 같은 설법을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수행공동체에 들어가면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듯 연화장의 바다로 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여러분은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면서 가르칩니다. 그런데 학교에 보낼 때 다 가르쳐서 보내십니까? 아마 모든 것을 다 가르쳐서 보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학교에 가면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며 화합하며 자연스럽게 익혀 가는 것이지요. 그와 같이 나는 아는 것이 부족해서 절에 갈 수 없다, 계를 받을 수 없다, 절에 들어가면 전부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너무 어려워서 불교를 공부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행복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옛날, 어떤 분들이 산에 가서 나무를 한 짐씩 해서 내려옵니다. 힘이 드니까 땀을 식히기 위해서 지게를 받쳐놓고 쉬고 있을 때, 어떤 신이 나타나서 “나뭇짐을 버려라. 나뭇짐을 버리기만 하면 황금을 한 짐 짊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지 않고 그대로 나뭇짐을 지고 갔고, 일부 사람들만 나뭇짐을 버리고 황금을 짊어지고 갔다고 합니다. 그것을 시장에서 파니까 나무 한 짐과 황금 한 짐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우리가 전생에 익혀온 업, 바로 탐‧진‧치의 업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나뭇짐을 그대로 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황금 짐과 같은 불법을 지기 싫어하는 것과 같습니다. 선근을 익혀온 사람만이 과거의 업을 버리고 현재 새로운 선도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혜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화엄경’은 부처님께서 깨닫고 바로 설하신 법문입니다. 가장 원만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좋은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금까지 지고 온 탐‧진‧치의 업을 내려놓은 그 자리에 황금, 다이아몬드를 담는 것입니다. 그것을 못 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진흙길, 가시밭길을 가다가 비단길, 꽃길이 나타나면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이제 진흙길을 벗어나서 비단길, 꽃이 수놓아있고 금수강산이 수놓인 그런 곳으로 가야될 것 아닙니까. 여러분이 불법을 배우는 것은 비단길을 가는 것입니다. 싱그럽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길로 가겠다는 것, 그것도 온 법계, 모든 중생과 함께 최상의 행복으로 가겠다는 대승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회향’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과 의심이라고 하는 번뇌의 길을 버리고 깨달음의 자비와 복덕과 청정과 진실과 지혜라고 하는 가르침의 세계로 가겠다는 믿음입니다. 한 번 믿음을 내면 두 번째 믿음을 내기가 쉽고 두 번째 믿음을 내면 세 번째 믿음을 내기는 더 쉽습니다. 이 자리에서 받은 경전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보십시오. 경전이 닳고 닳아 내 마음에 새겨지게 될 때 우리의 삶은 행복의 길로 가게 될 것입니다.

회향은 중생제도라고 말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을 향해 앉아서 정진하다가 깨달은 내용이 있다면 일어나서 중생을 향해서 중생의 세계로 들어가서 내 몸이 부서져 없어질 때까지 중생을 위해서 깨달음의 내용을 전하겠다는 서원입니다.

그것이 실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천재라도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하루에 한마디 정도는 부처님 말씀을 기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 한 마디, 1년 365일 동안 한 마디씩 익힌다면 1년이 지나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응용해서 설법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의 청나라 3대 황제가 황제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를 했습니다. 출가한 이후 속인도 아니고 스님도 아닌 모습으로 나무도 하고 스님들의 공양을 지어드리고 청소도 하며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대중들이 ‘이 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야반도주하여 다른 절로 가고 다른 절로 가고 해서 평생 스님들을 시봉하는 길을 가셨다고 합니다. 그 분이 출가할 때 출가시를 남기셨는데 천하명문입니다.

그 중 한 구절을 이야기하면, “나는 원래 서방의 한 납자였는데 무슨 재수 없는 인연으로 임금의 집안에 태어났는가. 백 년 동안 세상에 사는 것은 조용한 절 집에서 한나절 수행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법문을 읽고 법문의 내용대로 살겠다고 서원을 한다면, 100년 사는 것이 절에서 하루 정진하는 것만 못하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또 이 세상에서 돈을 버는, 권력을 얻는 여러 가지 일들이 하루아침의 이슬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죽음의 순간에 진정으로 재산이 되는 것은 이 법문을 듣고 신심을 내는 것, 그리고 읽고 보고 쓰고 느끼고 그것을 연구해서 남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그것만이 진정으로 큰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이 몸은 100조가 되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한 세포, 한 세포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은 100조의 세포를 거느린 대단한 왕국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몸을 소우주라고 표현합니다.

지구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됩니까? 아마 작은 세포, 먼지 하나 밖에 안 될 것입니다. 수많은 생명체가 모여서 지구가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의 세포입니다.

지구 속에서 하나입니다. 지구는 엄청 크지만 우주에 비교하면 지구는 작은 세포 하나입니다. 우주의 세포인 지구, 지구의 세포인 나, 나의 세포 하나도 우주의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하나가 다 연결되어 있고 내가 소중한 것처럼 일체 존재가 모두 소중한 것입니다. 그것을 부처님께서 보고 깨달으셨기 때문에 탄생하시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밝히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여러분이 만나는 모든 존재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존재는 없습니다. 쌍둥이도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존재입니다. 이 사실을 아셨고 선포하신 분이 부처님이십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우리들이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누구도 고통스럽게 살고 싶은 존재는 없습니다. 행복하게 살려고 하면서도 어리석기 때문에 불행의 씨앗을 뿌리면서 불행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신 분이 계십니다. 신라 불교, 가락불교를 일으킨 김수로왕의 처남 장유화상도 인도 아유다국의 왕자이셨다고 합니다. 왕자의 신분으로 여동생과 함께 불법을 전하기 위해서 그 험한 바닷길을 통해 우리나라로 오셨습니다. 옛날에는 왕족으로 출가하신 분이 아주 많으셨습니다. 그분들이 불법을 크게 홍포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부처님의 길을 따라 가셨습니다. 우리는 어리석기 때문에 왕의 자리를 탐하고, 또는 높은 권력의 자리를 위해 온갖 방편으로 살아갑니다. 여러분, 부부싸움 해보셨습니까. 남편이나 아내가 잔소리 할 때 한 사람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할 때 싸움은 종결됩니다. 행복의 조건만 생각하시고 불행의 조건을 놓으십시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61호 / 2018년 10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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