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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극악한 범죄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났다”는 청원을 언급하며 음주운전의 근본적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다. 대통령이 직접 그 대책을 주문할 정도로 음주운전 문제는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비록 그 발생빈도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

우선 운전이라는 행위가 본디 자칫하면 남의 생명까지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자칫하면 사고를 낼 수 있고, 그 사고는 자신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을 해칠 가능이 크다.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 자체가 매우 큰 힘을 가진 것이기에 그것을 잘못 운용했을 때의 피해 또한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위험한 도구를 음주 상태에서 사용한다? 참으로 끔찍한 이야기기 되는 것이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다. 분명하게 그 위험이 예고되어 있고, 그 위험에는 생명을 해칠 수 있다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자기가 남을 죽일 수도 있는 일을 스스로의 뜻에 의해 행하는 것이다. 살인까지도 포함되는 범죄행위를 자기의 의지로 행하는 것이니, 만일 그 결과로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은 고의적인 살인이 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거기에다 음주운전의 피해는 어떤 인과관계나 연관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범죄가 된다. 보통은 평소의 원한관계라든가 이해관계가 얽혀서 남을 해치는 범죄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의 범죄에는 어찌되었든 양쪽이 다 얽인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그런데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 결과는 참으로 참혹하다 할 수 있는 끔찍한 결과가 많다. 한 개인, 나아가 한 가정이 완전히 파괴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 문제의 심각성은 현실의 음주 풍토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술을 빼놓고는 현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음주는 우리 삶의 보편적 행태가 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계(五戒) 가운데 ‘술 마시지 말라’는 계율을 다른 계율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를 주는 사람도 계를 받는 사람도 그 계율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 그 계를 제대로 지키라고 요구하기 힘들 정도로 술 문화가 사회의 저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강제력이 상실된 계율은 계율 자체의 권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계율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규범이 되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규제 역시도 그 강제력이 지금과 같아서는 실효성이 크지 못하다.

문제는 이렇게 음주가 거의 모든 삶에 보편적 요소가 되어 있는데 음주 운전에 대한 인식이 그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칫 살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행위를 하려 한다면 일반적인 경우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막을 것이다. 그런데 음주운전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약하다. 확고한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문화로 정착해야 하며, 그것에 대한 엄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모든 것들이 전방위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음주 운전에 대책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확고하게 문화로 정착되어 모든 사람의 인식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으로 귀착되어야 한다.

술 마신 상태에선 술버릇을 고칠 수 없다. 평소의 습관과 인식이 바르게 되어야 술버릇이 고쳐진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의 인식에 뿌리를 내리고 문화로 정착되어야 음주운전이 근절된다. 그렇게까지 되는데 초점을 맞추고 법적인 처벌, 다방면의 교육, 인식확산을 위한 홍보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세워져야 할 때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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