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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마와티 ③

기자명 김규보

전생에 쌓은 인연으로 깨달음 얻으니

모든 불행 원인은 탐욕이라는
부처님의 설법에 어둠 사라져
후궁 마간디야 질투 더욱 커져

왕의 아내가 된 사마와티의 삶은 이전처럼 단조롭게 흘러갔다. 깊은 생각에 잠겨 정원을 산책하거나 하녀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양부인 고사카가 쫓겨나지 않고 재상의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 안도했을 뿐, 왕비가 되었다는 사실은 사마와티에게 어떠한 기쁨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후궁 마간디야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마주하는 일이 잦게 되자 원인 모를 불안감에 몸을 떨곤 했다. 자신을 향해 칼이라도 들고 달려들 듯한 마간디야를 보는 일은 항상 곤욕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하녀가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붓다를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우연히 설법하는 것을 들었는데 여명이 어둠을 내쫓듯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다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생겨 붓다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인한 뒤 지체하지 않고 궁궐 밖으로 나갔다. 시장 구석의 공터에서 공양을 받은 붓다는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고 있었다. 늘 북새통을 이뤘던 시장은 고요에 잠겨 옅은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직 붓다의 목소리만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명심하라. 어리석고 무지해서 탐욕에 빠진다. 탐욕은 불행의 원인이 된다. 어리석음으로 쌓은 집이 불타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 함께 불타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불타는 그 집에서 지금 당장 벗어나라.”

붓다의 말을 듣는 순간, 사마와티는 그토록 알고 싶었던 의문의 답을 알게 되었다. 이곳으로 떠나오기 전, 전염병에 걸려 비참하게 숨을 거둔 사람의 시신이 나뒹구는 마을은 지옥과 같았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의 집에 들어가 구석구석 헤집고는 물건을 훔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곳 급식소에서 소란이 벌어졌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타인의 행복을 해하고 불행을 딛고 올라서려는 행동은 사마와티에겐 거대한 의문이었다. 어리석음으로 쌓은 집이 불타고 있다…. 탐욕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탐욕을 어떻게 제거하면 되는가. 붓다의 논리와 비유는 사마와티의 삶을 덮었던 어둠을 걷어내는 빛이 되어 주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했다. 사마와티는 붓다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붓다시여. 위대한 가르침에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왕비입니다. 하지만 왕비가 아니라 어리석음으로 쌓은 집에서 살고 있던 범인으로서 붓다에게 귀의할 것을 청합니다.”
“사마와티여! 전생에 쌓은 공덕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단 한 번의 인연으로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대가 과거 삶에서부터 선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대의 청을 받아들이니 일상 속에서 열심히 정진하도록 하라.”

사마와티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궁궐로 돌아와 붓다를 만나 귀의한 이야기를 양부에게 들려주었다. 사마와티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고사카는 그 말을 흘려보내지 않고 붓다를 찾아가 설법을 들었다. 이후 사마와티와 고사카는 신실한 우바이, 우바새가 되었다. 왕비가 붓다에게 귀의했다고,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한다는 사실은 왕비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다. 인자한 성품인 데다가 나눠주는 일에 아낌이 없어 백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붓다는 사마와티를 “자애제일”이라고 칭찬했고 왕 우데나 또한 왕비를 무척 어여뻐했다.

그런 사마와티를 후궁 마간디야는 여전히 섬뜩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게다가 마간디아의 아버지는 붓다에게 딸과 혼인할 것을 요청했다가 한 마디로 거절당한 적이 있어 마간디야는 붓다를 증오하고 있었다. 사마와티에게 왕을 빼앗겼다는 질투심, 사마와티가 붓다에게 귀의했다는 분노는 마간디야의 눈을 멀게 했다. 마간디야의 마음이 활활 불타올랐다. 질투심과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모조리 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간디야는 마침내 결심을 했다.

김규보 법보신문 전문위원 dawn-to-dust@hanmail.net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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