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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미세먼지의 계절, 대안은

기자명 최원형

두 바퀴 자전거, 프랑스 시민의 숨통을 트이다

시내 곳곳에 생긴 ‘따릉이’
출퇴근 시간 이용에 용이
헬스클럽 다니지 않아도 돼
자전거도로 시설 확충 필요

도시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 나 역시 도심과 집을 오가는 교통수단으로 전철과 버스를 이용한다. 전철에서 내려 집까지 걷기에 멀지 않은 길이지만 짐이 있거나 춥거나 혹은 더울 때, 특별히 피곤한 날 등 걷기에 뭔가 조건이 미흡할 때는 버스를 탄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걷기 싫다는 핑계일 수도 있다.

등산할 때 무거운 백팩을 메고 험한 산길은 잘도 걷지 않는가. 심지어 오르막을. 걷고자 한다면 걸을 이유는 천 가지도 넘을 테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순수하게 이동하는 시간에 더해서 버스며 전철 등을 기다리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차가 밀리거나 신호등의 신호를 기다리느라 그냥 버려지는 시간도 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우리 아파트 가까이에 ‘따릉이’ 대여소가 생겼다. 따릉이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를 말한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따릉이 대여소가 생기니 더 이상 버스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축낼 필요가 사라졌다. 집을 나서며 버스 정류장을 향하지만 때맞춰 버스가 없을 때는 따릉이를 탄다. 우리 집에서 전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신호등을 기다리느라 멈춰야하는 곳은 딱 한 곳이다.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곧장 따릉이를 타고 전철역까지 가는 시간을 쟤 보니 평균적으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이동하는 시간의 3분의 2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는 계속 내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나는 운동을 할 수가 있다. 일부러 시간 내서 헬스클럽에 갈 필요가 또한 사라졌다. 거기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타면 북적이는 사람들에게 시달릴 때도 있지만 자전거는 노래를 부르며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내가 이동하는 동안 나는 대기 중에 오염물질을 보내지 않는다. 자전거 예찬을 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기온이 떨어지는 요즘은 자전거를 타기 전에 스카프를 단단히 두르고 윗옷은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여민 뒤 탄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오면 집안에 들어설 때쯤엔 몸에서 땀이 나기까지 한다. 불과 10분 정도의 거리인데도 말이다. 최근에는 자전거로 1시간여 거리를 출퇴근한다는 이들도 꽤 만나게 된다. 눈이 내리는 겨울을 제외하고 자전거는 탈 것으로 매우 유용하다.

자전거 타기는 그렇다면 좋기만 할까? 무엇보다 자전거 도로가 거의 전무하다. 더러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도 인도의 일부를 쪼개서 만들었다. 자전거 도로를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자전거 그림도 그려놨지만 사람들은 자전거 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나 역시도 자전거를 타기 전에 그곳에 자전거 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걷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인도 위를 걸으면서 자신의 주변에 거의 주의집중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느라 통화 내용에 빠져 옆도 앞도 못 본다. 그러니 뒤를 살피는 일은 애당초 불가하기도 하다. 특히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아무리 뒤에서 따르릉거려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도는 사람들이 그렇게 안심하고 편히 다닐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그러니 인도를 쪼개서 자전거 도로를 만들 게 아니라 도로의 일부를 떼어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드는 게 옳다.

파랗고 청명한 하늘이 사라지고 미세먼지의 계절이 도래했다.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의 하나로 자전거가 대안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자동차 길 일부를 자전거 도로로 바꾸자고 하면 반대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파리시는 도로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중이다. 두 바퀴가 늘어나자 파리 시민들 숨통이 트였단다. 서울처럼 주변이 산으로 병풍 치듯 둘러 처진 곳도 아니고 우리보다 인구밀도도 높지만 자전거로 교통수단을 전환하는 중이다.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의 주차요금을 올리니 자동차 주행이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파란 하늘을 파리 시민들이 얻게 됐다는 얘기다. 시내 자동차 주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다보니 자전거 타기가 훨씬 안전해졌다. 차량 이동이 느려지니 운전을 포기하는 일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한다. 파리 전철역마다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 걸 보고 부러워했는데 이제 우리에게도 따릉이가 생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권리도 같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해 헬멧을 쓰라고 한다. 불편한 주문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자전거와 멀어지게 된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우선이다. 새로운 제도는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당장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긴 안목에서 바꿔야 할 때는 과감해져야 하지 않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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