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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단 북부총괄팀장 서정각-하

기자명 서정각

진리의 향기로 상대의 탐진치 일깨워야 포교

마음농사는 매일 108배로 시작
법당 입구 신발 정리부터 수행
자등명 법등명 가르침 되새기며
그늘진 곳 임하는 포교사 발원

64,성수
64,성수

불종자로서 스스로의 하루 농사는 매일아침 108배로 시작한다. 새벽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좌선 후 포교사 단복으로 갈아입는다. 손수 차린 밥상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오늘 군법회가 원만히 이뤄지게 하시고 한 명의 장병이라도 더 나와 법등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어느 덧 시간이 흐르면, 포교사 일행이 차량을 후진해 정차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족들은 곤히 잠든 시간, 집을 나선다.

군법회는 포교사 3~4명이 한 개조로 움직인다. 이른 아침에 도착해 한 사람은 법당 청소, 한 사람은 상단 공양물과 군장병 간식 준비, 한 사람은 법회 전 ‘천수경’ 1독으로 도량결계에 들어간다. 군장병들이 법당으로 오면 한 명 한 명에게 “일주일 동안 수고 많았지”라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손을 맞잡는다. 법회는 삼귀의례를 시작으로 오분향례, 칠정례, 청법가, 설법, 발원문, 사홍서원, 산회가 순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오관계로 음식이 오기까지 모든 존재의 공덕을 찬탄하며 간식을 먹는다.

포교를 가늠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진리에 한 발 더 가까워 졌느냐에 있지 않을까. 포교란 스스로를 포교해 신구의 삼업을 선업으로 바꾸고, 참사랑 참자비를 나누면서 자신뿐 아니라 상대의 탐진치 삼독심을 일깨우는 게 아닐까.

선재동자가 법을 구하러 53명의 선지식을 찾아다닌 것처럼 포교사가 법을 펼치는 일이 곧 법을 구하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구한다고 함은 자기를 다듬는 것이며, 다듬는다함은 자기를 없애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대는 지금, 스스로 제어하는가? 그대는 지금, 여기에서 항복 받았는가?’

군법당 부처님께 결재를 받아본다. 이르신다. “포교사는 자기를 다듬는 일에 게으르지 말고, 그 자격을 갖추라. 다듬는다는 것은 법당 입구에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일부터 입구 풀 한 포기 돌 하나 비켜놓아 길손에게 적선하는 일이다. 그리고 쓰임에 자유자재해야 한다. 가장 높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늘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물러라. 성취란 무엇을 얻음에 있지 않고 소중한 것을 내어줌에 있다.”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새겨본다. 허물을 지적하되 과격하지 말고, 바꿔 나가되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 바로잡되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포교수행자란 그저 시선을 안으로 돌려 밝고 맑고 향기로운 자기를 바라보고 관할 뿐이다.

부처님께서 펼치신 법은 마지막 네 구절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 삼아 스스로에게 귀의하고 진리에 귀의하라.”

올해 농사는 시작부터 태풍이 불어와 손실이 컸다. 모든 일이 그렇듯 대비를 해야 한다. 마음의 물길을 바로 잡고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은 제거하며 스스로 마음의 평온을 찾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 결과를 바르게 알려면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살펴야 한다.

스스로는 물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포교사들 마음은 얼마나 부드러워졌을까. 애를 많이 쓴 만큼 자신을 경책해야 하겠다.

한 해 농사를 짓는 동안 태풍과 쏟아지는 폭우, 돌개바람이 온다. 그것을 견디는 게 수행이고 한 번 더 내려놓음이 화합이다. 하루하루의 농사, 한 달의 농사, 1년의 농사, 그리고 이생에서 내가 지을 농사는 여여한가?

부처님은 가장 낮고 가장 어렵고 가장 더러운 그곳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에 있다. 몸 아픈 곳에 가장 먼저 손길이 가듯 부처님 자비는 거기 있다. 포교사들이 불심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거둬야할 복전이 그곳이리라.

01032461977@hanmail.net

 

[1462호 / 2018년 10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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