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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불교 입문서이자 수행자 필독서 ‘청정도론’ 완역

  • 교계
  • 입력 2018.11.09 11:31
  • 호수 1464
  • 댓글 2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역주
100여쪽 해제와 3832개 주석 특징

 남방 테라바다(상좌부) 불교를 대표하는 교리와 수행 입문서 ‘청정도론’이 우리말로 완역됐다.

전재성(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박사는 최근 100여쪽에 이르는 상세한 해제와 3832개의 주석을 단 ‘청정도론-비쑷디막가’를 펴냈다. 범라 스님과 대림 스님에 이어 전재성 박사의 번역서까지 출간됨에 따라 백과사전적 치밀함과 해석학적 사유의 극치를 담고 있다는 ‘청정도론’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청정도론’의 저자 붓다고사는 5세기 인도에서 태어나 스리랑카로 건너가 마하비하라 사원에서 불교를 연구했다. 당시 스리랑카는 인도에서 그렇듯 대승불교 사조가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한 아쇼카대왕의 아들 마힌다 장로의 법을 계승한 마하비하라 파의 테라바다 불교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나가르주나, 아상가, 바수반두 등 기라성 같은 논사들에 의해 체계화된 대승불교 이론이 스리랑카에도 영향을 주면서 테라바다불교의 굳건한 위상도 점차 기울어갔다. 이때 마하비하라를 이끌던 상가팔라는 테라바다의 방대한 경·율·론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봉착했고, 이 난관을 타계할 적임자로 붓다고사를 지목했다. 붓다고사는 인도불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 스리랑카에 전하는 방대한 고대 싱할리본의 주석문헌까지 섭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던 것이다.

붓다고사는 상가팔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팔리삼장뿐만 아니라 온갖 주석서에 이르기까지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방대하고 가장 정교하게 통합하고 있다는 ‘청정도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청정의 길’ ‘열반의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청정도론’은 불교의 입문서이자 백과사전으로 남방불교 수행자의 필독서가 됐다. 이 책을 학습하는 것만으로도 경·율·론에 통달한 ‘삼장법사’ 칭호가 주어졌으며, 무엇보다 테라바다 불교가 대승의 거센 도전에 꿋꿋이 버텨낼 수 있었던 것도 ‘청정도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청정도론’은 남방불교의 형이상학과 수행체계를 아우르는 만큼 불교역사상 가장 난해한 논서의 하나로 꼽힌다. 경장(經藏)에서 반복되는 오온(五蘊, 다섯 존재의 다발)의 경우 ‘청정도론’에서는 오온 각각의 분류와 그들 사이에 정교하면서도 난해하고, 심오하면서도 복잡한 구조적 관계에 대한 서술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동안 ‘쌍윳따니까야’ ‘맛지마니까야’ ‘디가니가야’ ‘앙굿따라니까야’를 비롯해 ‘테라가타’ ‘테리가타’ ‘마하박가’ ‘빅쿠비방기’ ‘빅쿠니비방기’ 등 팔리 경전을 번역해온 전 박사에게도 ‘청정도론’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는 ‘가장 정밀한 명상수행의 안내서인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의 영광이자 최대의 난제’라고 여기며 한 문장 한 문장을 파고들었다. 독일 출신의 비구 니야나틸로카의 ‘청정도론’ 독일어 번역본, 영국 출신의 비구 니야나몰리의 영어 번역본, 일본 불교학자 미즈노 고겐의 일본어 번역본 등도 이번 번역에 큰 도움이 됐다. 울산 람림학당 혜능 스님이 “세계적인 번역들을 종합해 복잡한 법수나 주석의 체계를 도표로써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쉽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처님 가르침의 구체적인 수행 지침서를 갈망해오던 많은 분들에게 감로의 비를 내리는 경이로운 불사가 아닐 수 없다”고 극찬한 것도 ‘청정도론’ 번역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편 ‘청정도론’ 부록으로 불교의 세계관, 물질의 다발, 형성의 다발, 의식의 다발, 의식의 다발과 형성의 다발, 인식과정, 조건적 발생의 연기, 37가지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원리 등 난해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로 정리돼 있다. 분량은 1530여쪽이며 가격은 12만원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64호 / 2018년 1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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